[기자수첩]최저임금위, 올해도 소상공인과 종업원을 함께 울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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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먹자골목에서 감자탕집을 하는 67세 김모씨는 기자가 방문한 지난 10일 오후 종업원 없이 부부가 점심 손님을 치러내고 진이 빠진 표정으로 "최저임금이 나도 갉아먹고 직원도 갉아먹었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단일 적용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일본, 미국 등 대부분 국가는 최저임금을 지역·연령·업종에 따라 세밀하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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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먹자골목에서 감자탕집을 하는 67세 김모씨는 기자가 방문한 지난 10일 오후 종업원 없이 부부가 점심 손님을 치러내고 진이 빠진 표정으로 "최저임금이 나도 갉아먹고 직원도 갉아먹었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 ‘갉아먹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얼굴을 찌푸리던 그는 "3년 전까지 직원 5명을 썼는데 한 명만 남기고 식구들이 나와서 일한다"며 옆 식탁에 혼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던 아내를 가리켰다.
관악구의 편의점 주인 44세 박모씨는 매일 11시간씩 계산대에 앉아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야간에는 5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돌아가며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근무’를 한다. 박씨는 "주휴수당 부담 때문인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내가 한밤중에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카페 사장님’ 최모씨는 올해 아르바이트생을 다 내보내고 주문 키오스크를 놓고 혼자 일한다.
오는 27일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986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엔 1만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에 소상공인들은 여기서 더 오르면 도저히 못 버틴다고 호소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상공인 사업체의 연평균 성장률은 0.9%였다. 같은 기간 인건비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연평균 2.2% 올랐다. 인건비 상승률이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률보다 2.4배 높으니 서비스업 위주인 영세 소상공인이 버틸 수 없다. 여파로 그들에게 고용된 근로자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1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일주일에 1시간 이상 17시간 이하 근무하는 ‘단기 일자리’ 취업자가 지난달 270만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박씨 편의점처럼 인건비 부담에 따른 쪼개기 근무가 보편화한 것이다. 영등포 카페 최 사장과 같은 ‘나 홀로 사장님’(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은 2022년 426만7000명을 기록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계는 소상공인 업종이라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달라고 하소연한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의 현실상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인상률이라도 다르게 해야 한다"며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낮은 편의점, 숙박업, 음식업 등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하자"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단일 적용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일본, 미국 등 대부분 국가는 최저임금을 지역·연령·업종에 따라 세밀하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은 최근 수년간 계속 지적됐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번번이 좌초했다. 지난해엔 전원회의 표결까지 갔다가 부결됐다. 사용자위원은 전원 채택, 근로자위원은 전원 반대했고 공익위원 표가 갈라진 결과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도 위원들의 시각이 다르다고 전해진다. 최저임금이 이대로 1만원을 돌파하면 영세 소상공인들은 내년에 더 많은 종업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최저임금위는 소상공인과 근로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입장 차이를 좁히고 업종별 차등화에 합의해야 한다.
염다연 바이오중기벤처부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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