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무역로 어쩌나…후티 반군, 자폭 수상 드론까지 띄웠다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해온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자폭무인정(수상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 준장은 이날 홍해에서 수상드론(드론보트)과 탄도 미사일로 그리스 소유의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튜터’호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도 예멘 호데이다항에서 남서쪽으로 67.7해리(약 125㎞) 떨어진 해상을 지나던 튜터호의 후미에 5∼7m 크기의 작은 흰색 선박이 돌진해 선체가 손상됐다고 확인했다.
후티가 수상드론을 사용한 건 이번이 첫 사례로 보인다고 해양안보자문회사 이오스(EOS) 리스크는 전했다. 후티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때까지 해상을 봉쇄하겠다며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해 왔다.
레이더 탐지 어려운 수상드론, 수백 km 이동 가능
수상드론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러시아 흑해함대를 잇따라 격침시키면서 효용이 알려진 무기체계다.
물 위에서 낮게 이동하고 소음이 훨씬 적기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BBC에 따르면 수상드론에는 내장 폭발물과 조종하는 사람에게 이미지를 다시 전송하는 카메라가 포함된다. 장거리 표적 위치는 드론 발사시 사전 프로그래밍하지만 목표물에 접근할 때는 인간이 원격 조종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공개한 수상드론 한 대의 가격은 25만 달러(약 3억4000만원)로, 수백 ㎞를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폭탄이 실린 보트를 쓴 건 2000년 미 해군 구축함 콜호가 알카에다의 자폭 공격을 받아 17명이 숨졌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인근 해역에 있던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라분’호의 에릭 블롬버그 함장은 튜터호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무관한데도 공격을 받았다면서 “(후티는)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전혀 관련이 없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7개월여 간 50여 차례에 걸쳐 미사일 등으로 상선들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 한 척이 침몰하고 선원 3명이 숨졌고, 선박째 피랍된 경우도 있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후티 반군의 위협 때문에 최단경로인 홍해 항로를 기피하는 해운사가 늘면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지나 크게 우회하는 경로로 운반되는 원유와 석유제품이 47% 늘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FT는 “(후티의) 새로운 무인 공격은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는 공격을 계속하려는 후티 반군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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