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푸틴 방북 앞두고 北인권 규탄…"북핵·인권 쌍두마차"

정영교 2024. 6. 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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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2일(현지시간) 10개월 만에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해 회의를 열었다. 유엔 홈페이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2일(현지시간) 10개월 만에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해 회의를 열었다. 이번 달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은 미국·일본 등 다른 이사국과 한목소리로 북한 인권과 핵 개발을 연관해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수일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인권 규탄이 이뤄진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오전 황준국 주유엔 대사 주재로 북한 인권 공식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0주년에 맞춰 열렸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는 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12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유엔 홈페이지

회의에선 최근 북한 주민의 거주이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심화했고, 식량 부족으로 생활 여건도 매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자로 나선 볼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오랫동안 지속된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며 "10년 전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안보리에 촉구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입장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 이후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인권 상황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며 "국경 통제 강화로 기본적인 자유가 더 강하게 제한된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 홈페이지

한·미·일을 비롯한 주요 이사국은 북한 인권문제는 핵 개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준국 대사는 "북한은 핵과 인권침해가 함께 달리는 쌍두마차와 같다"며 "인권침해가 멈추면 핵무기 개발도 함께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어둠에 가두고 잔혹한 통제와 핵무기로 외부세계의 빛을 없애려 노력하지만, 어둠은 빛을 파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선명하게 부각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북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해 국내외에서 강제 노동과 자국 노동자들의 착취에 의존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는 안보리가 지켜야 할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대한 북한의 위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마자키 가즈유키 주유엔 일본대사는 "북한은 심각한 인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또한 핵 개발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하는 동시에 대화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 뉴스1

이날 회의에선 탈북민 출신으로 국가보훈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금혁(32)씨가 시민사회 대표 자격으로 나와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 편에 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김정은에게 북한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핵무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는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푸틴의 방북으로 북·러 간 밀착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한 건 민생을 도외시한 채 핵 개발에만 매진하는 김정은 정권과 제재를 위반해 이를 지원하려는 러시아에 대한 공개적 압박 차원으로 해석된다. 인권은 김정은 북한 정권이 극도로 예민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미·일은 3국 모두 현재 안보리 이사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앞으로도 안보리 차원에서 이런 식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 회의 개최도 반대하며 의제 채택을 위한 절차투표를 요구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안보리의 논의 사항인 국제평화·안보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대면서다.

절차투표를 거치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회의를 열 수 있는데, 이번 안건에 대해서는 15개국 중 12개국이 회의 개최에 찬성했다. 중·러의 주장은 이사국 대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셈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일이 단일대오로 북·러의 불법적인 밀착을 견제하는 모습"이라며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의 임기가 종료된 만큼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단합된 대응으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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