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기록 갈아치웠다…멈추지 않는 최형우의 야구 시계
KIA 타이거즈 최형우(41)의 야구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불혹을 넘겼지만,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살아 있다.
최형우는 1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 0-5로 뒤진 5회 초 2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쳤다. 이 안타로 최형우는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세웠던 통산 최다루타(4077)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형우는 이후 두 타석에서도 안타와 홈런을 몰아쳐 4083루타(12일 기준)까지 도달했다.
최형우는 이미 통산 최다 기록을 2개나 세웠다. 타점(1598개)과 2루타(505개)다. 두 부분 모두 이승엽 감독을 넘어섰다. 500 2루타는 일본에서도 나오지 않은 아시아 최초였다. 하지만 그는 "별 의미 없다. 1년 뒤 정도면 최정이 다 깰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정작 최형우는 기록에 관심이 없다. 경기 뒤 만난 그는 "저는 기록에 관심이 없어요. 물어보니까 대답하는 거지. 그래도 열심히 쳐서 쌓은 거니까 '나름 뿌듯합니다'라고 얘기만한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특별한건 없다. 꾸준하게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꾸준하다'는 게 제일 어렵더라. 17~18년을 꾸준하게 달려온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프로야구 최초로 100억 FA 시대를 연 최형우다. 하지만 그에게도 칠흑같은 시기가 있었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으나 2005년 군입대하며 방출됐다. 다행히 경찰청 야구단에서 기회를 얻었고,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해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삼성으로 돌아와 최고의 선수가 됐다. 힘들었던 그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은 안타로 최고 기록의 탑을 세웠다. 최형우는 "데뷔 초 안타들은 기억이 난다. 1년에 한 개씩 친 거라 잊을 수가 없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최형우는 추격의 불씨를 살린 안타를 시작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까지 터트려 6타점을 올렸다. 개인 최고 기록 타이. 하지만 어찌나 기록에 관심이 없는지 이마저도 몰랐다. 최형우는 "나는 5타점이 최고인 줄 알았다. 6타점, 8타점 친 선수가 부러웠다"고 쑥스러워했다.
최형우는 이범호 감독과 불과 두 살 차다. 코치이긴 했지만, 지난해까진 편하게 '형, 동생'으로 지내며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2월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엔 "감독님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며 은근슬쩍 피하기도 했다. 최형우는 "이제는 형님이란 말이 안 나온다. 꼬박꼬박 '감독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괜찮냐"라고 묻기만 한다. 워낙 몸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형우는 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믿는다"고 했다. 잠시 주춤한 시기가 있었지만, 최형우는 타율 0.282, 11홈런 56타점으로 반등했다. 이 추세라면 4년 만에 20홈런-100타점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최형우는 "건강이 제일"이라고 꾸준함의 비결을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안 아픈게 먼저라고 항상 강조한다.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아프면 소용없다. 주전 선수가 130경기는 뛰어야 한다. 80경기, 100경기 뛰면 주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도 우리 나이 마흔 두살의 최형우다. 힘이나 스윙 스피드가 예전만은 못하다. 그는 "지금은 실력보다는 노하우와 볼 배합 공략으로 유지한다"고 했다.
그의 관심사는 단 하나다. 바로 승리다. 12일 경기를 13-6으로 이겨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최형우는 "젊었을 때와 달리 이제는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5타수 무안타여도 이기는 게 좋다"며 "1위가 된 건 기분좋다. 다시 안 떨어지도록 해야한다. 후배들도 스트레스를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7년 만에 대권 도전에 나선다.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던 KIA는 최근 부상 선수가 속출해 고전하고 있다. 최형우는 "방망이는 그때가 더 좋지만, 투수력은 지금이 낫다"며 "부상선수는 어느 팀에서든 나온다. 이걸 이겨내야 진정한 1등"이라고 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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