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 자신감, 연극제로 보여주면 어떨까
[용인시민신문 임영조]
경기 용인에서 열리는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이제 20여 일 남았습니다. 2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7월 23일까지 한 달여간 용인포은아트홀은 물론이고, 용인시문예회관 등 용인 곳곳에서 열립니다.
명예대회장은 익히 이름이 알려진 배우 이순재 씨입니다. 용인문화재단 김혁수 대표이사가 예술감독으로 나섭니다. 용인시는 물론 경기도까지 적극 나선다고 하니 기대가 한가득합니다.
29일 본선 첫 공연을 시작으로 7월 14일까지 16편이 준비돼 있습니다.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이들이 나서니 하나라도 보지 못하면 아쉬울 정도입니다.
용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민도 50%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자리 2만 원의 절반인 1만 원에 볼 수 있는 겁니다. 이외 네트워킹 페스티벌에 올려진 다섯 작품도 비슷한 가격에 볼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연극 한 편 볼라치면 3~4만 원을 내야 합니다. 게다가 신변잡기나 말장난에 가까운 내용이 그득한 작품을 만나면 본전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연극제에 올려진 작품인 것 자체로 본전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시민에게 참 좋은 기회가 온 것입니다. 때마침 여름 휴가철까지 끼어 있어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해도 좋을 듯합니다. 말하긴 뭐하지만 지난해 여름에 열린 새만금 잼버리를 떠올려 보려 합니다. 준비 부족 등 각종 이유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용인시를 찾은 외국 손님 5천여 명을 용인시와 시민이 나서 접대했습니다. 접대란게 별거 아니었습니다. 용인에서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고, 그사이 용인을 알리고 또 용인을 보여준 것입니다.
행정이 적극 나섰고 시민이 살갑게 도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국가 차원 행사가 실패한 일을 두고 용인시가 자축하긴 뭐하지만 분명 뜻깊은 경험을 했습니다.
1년여 만에 용인시가 주인공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연극제를 아주 대한민국 용인연극제로 바꿀만한 에너지가 농축돼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누구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힘에 겨운 일상인데 '연극이 뭐냐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당장 힘든데 문화가 눈에 들어오진 않을 겁니다.
용인에서 연극제가 열린다고 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냐는 생각도 맞습니다. 당장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것도, 한 편의 연극이 지금의 난제에 답을 주는 것을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용인에서 열릴 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용인시가 보여줄 자신감
문화는 더 이상 특정 누군가만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언젠가 지인이던 카레이스키가 한 말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노동자가 내내 일을 하며 마음에 담는 계획이 한 달에 한 번쯤은 주말을 이용해 잘 차려입고 공연 관람하는 것이랍니다.
그것이 삶의 질은 물론 스스로 가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힘든 일상 때문에 문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기 위해 일상의 버거움을 견뎌내는 것입니다.
용인특례시가 담으려는 많은 정책 중 문화는 항상 우선순위였습니다. 문화가 일상에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회입니다. 용인에서 연극 한번 보기 위해서는 제법 발품 팔아야 합니다. 주인이 즐기지 않고 기대하지 않으면, 객은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그 외면을 사회에서는 실패라고도 합니다. 실패 후유증은 문화도시 용인이 설 자리를 더 좁힐 수밖에 없습니다.
용인에서 열릴 42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용인시를 부자 도시로 만들어 주거나, 용인시를 홍보해 줄 것이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이미 용인시는 잘 알려졌고, 부자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부지런히 살고 있는 시민들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용인시민이 보여줄 것은 자신감입니다.
▲ 임영조 기자 |
ⓒ 용인시민신문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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