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하는 푸틴, 거리두는 중국…북·중·러 '이상기류'
'대북 군사개입' 등 군사 협력 증대 우려
푸틴 방북할 때 중국은 韓과 외교안보대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곧 방북한다. 시나리오가 북한에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중·러 연대에 거리를 두는 중국을 더 끌어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며칠 안으로 다가온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중국은 외교·안보 전략대화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이를 전부 고려하면서 철저하게 주변 주요 우방국들, 그리고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과 궤를 같이할 수 있도록 순방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하면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재회한다. 새로운 수준의 군사적 협력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1961년 옛 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의 정신을 계승하는 협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조약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돼 있었지만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조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폐기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서방과의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더 수세에 몰렸다. 사실상 유일한 우방국 북한이 더 중요해졌다. 북한도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가 필요하다. 생존형 밀착이다. 정찰위성 발사 준비에도 상당한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입장이 다르다. 미국에 맞서 영향력을 더 키우려는 입장에서 북한과 러시아라는 '국제적 문제아'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북한과 달리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푸틴 대통령이 '5선 연임'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부터 만났지만 그 이상의 밀착은 보이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중국은 북·중·러 연대보단 서방과의 관계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파견 노동자' 문제로 북한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남은 북한 노동자가 대략 9만명 정도 된다"며 "중국은 '빨리 데려가라', 북한은 '그럼 교대할 노동자를 받아달라' 이렇게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북 제재 위반이 부담스럽고, 북한은 거대한 외화벌이 수단이 끊길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위원은 북·중 관계 경색의 지표로 '신압록강대교'를 꼽았다. 북한과 중국은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대체하려 2010년 12월 압록강 하류에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착공했다. 교량 본체는 2014년 10월 완공됐지만 개통은 10년째 미뤄지고 있다. 조 위원은 "북한은 대교와 연결되는 북측 구간의 도로도 포장하지 않고 있다"며 "왕복 4차선 대교가 열리면 상당한 물동량이 오갈 수 있는데, 북한 경제가 중국에 더 예속될까 두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 중국은 오는 18일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 대화'에 나선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이어 고위급 교류를 지속하는 차원이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수석대표로 한 중국 대표단이 방한한다.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서 한 발짝 물러난 상황에서 우리 외교력이 더 중요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동맹국과의 밀착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북·러와 거리를 두는 중국을 더 강하게 끌어당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각기 다른 접근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게 북한에 가장 치명적"이라며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 중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인데, 러시아가 말을 안 듣는다면 주변 국가들과 접점을 넓히는 것 역시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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