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는 야구소년들의 승리 향한 '함성'
[양형석 기자]
2024년 현재 주말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고교야구 구단은 정확히 100개다. 물론 그 중에는 부산 경남고와 대구 경북고, 광주 제일고, 천안 북일고, 군산상고, 덕수고, 서울고, 휘문고 등 많은 스타선수들을 배출한 전통의 명문고들도 많다. 하지만 주말리그가 활성화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기존 고교 야구부 일부가 스포츠 클럽 형태로 전환하고 엘리트 선수의 비중이 적은 팀들이 기존 엘리트 야구부들과 심한 전력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올해 주말리그 전반기에서 이 같은 전력편차는 더욱 극심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3월 30일에는 도개고가 대구북구SC를 36-0으로 이겼고 다음 날에는 수원의 유신고가 화성동탄BC를 무려 45-0으로 꺾기도 했다. 프로진출을 목표로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야구부를 운영하는 학교와 방과 후 활동의 일환으로 야구를 하는 클럽의 수준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문제는 분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글러브>는 감동적인 이야기에도 전국 188만 관객으로 아주 높은 흥행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
ⓒ CJ ENM |
다양한 캐릭터 연기할 수 있는 여성배우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유선은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으로 1999년 영화 <마요네즈>를 통해 데뷔한 후 2011년 MBC <베스트극장-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랑>에 출연하면서 매체연기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유선은 2002년 고 김종학PD와 송지나 작가 콤비가 뭉친 퓨전사극 <대망>에서 정석용이 연기한 단가천의 딸 단자연 역을 맡아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2003년부터 드라마 <태양의 남쪽>과 <작은 아씨들> <폭풍 속으로>에 출연했던 유선은 2004년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에서 최창호(박신양 분)가 쓴 소설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 속 주인공 정인숙을 연기했다. 그렇게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유선은 2009년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솔 소아과의 간호사이자 솔약국집 둘째 며느리가 되는 김복실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던 유선은 2010년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강우석 감독의 <이끼>에 캐스팅됐다. 유선은 <이끼>에서 시골마을의 슈퍼주인 이영지를 연기했고 곧바로 강우석 감독의 차기작 <글러브>에도 출연했다. 유선은 <글러브>에서 많은 비밀을 감춘 신비로운 여인을 연기했던 <이끼>와는 전혀 다른 정 많고 아이들을 위하는 음악선생이자 야구부 매니저 나주원 역을 맡았다.
<이끼>와 <글러브> 출연을 계기로 유선은 2010년대 초반 데뷔 후 가장 많은 작품활동을 했다. 특히 2012년에는 영화 <가비>에서 일리치(주진모 분)와 따나(김소연 분)를 포섭해 가비작전에 끌어들인 악역 사다코를, <돈 크라이 마미>에서는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어머니를 연기했다(하지만 <돈 크라이 마미>는 가해자 학생 역을 맡은 아이돌 출신 배우의 어설픈 연기로 유선의 열연이 묻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에 결혼해 2014년 딸을 출산한 유선은 2015년 <진짜사나이-여군특집>에서 3기 멤버로 참가해 모범적인 태도로 훈련을 마쳤다. 2019년 영화 <어린 의뢰인>에서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계모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유선은 2022년에도 tvN 드라마 <이브>를 통해 갑질재벌 연기를 실감나게 소화했고 2023년에는 드라마 <가면의 여왕>에서 김선아와 오지호, 이정진 등 또래배우들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 정재영(가운데)은 2004년 <아는 여자>에 이어 7년 만에 현역 야구선수를 연기했다. |
ⓒ CJ ENM |
<글러브>는 강우석 감독의 전작 <이끼>가 개봉한 2010년 7월보다 한 달 앞선 2010년 6월에 촬영을 시작했을 정도로 강우석 감독이 일찌감치 제작을 계획했던 프로젝트다. <글러브>는 <투캅스>와 <공공의 적> 시리즈로 대표되는 '코미디 대가' 강우석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 대신 청각장애 야구선수들의 노력과 그들을 지도하며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야구선수 김상남(정재영 분)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다.
<글러브>는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이 야구경기 장면으로 채워져 있을 정도로 야구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글러브>의 야구경기 장면은 그 해 연말에 개봉한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은 물론이고 2004년에 개봉했던 <슈퍼스타 감사용>과 비교해도 썩 실감나지 않는다. <글러브>는 야구경기의 매력을 강조하기 보다는 야구를 통해 김상남과 청각장애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김상남은 '운동 밖에 모르던 야구선수'라는 설정과 달리 주옥 같은 대사들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김상남은 군산상고와의 연습경기 완패 후 아이들에게 학교까지 구보를 시킨다. 그리고 지쳐 쓰러진 아이들에게 "너희가 들을 수 없다는 거 잘 알아. 이상하게 들릴 까봐 소리내기 무서워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소리를 질러. 가슴이 울리도록 소리를 질러!"라고 일갈하는 김상남의 외침은 정재영의 열연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정재영은 <글러브>에서 한때 최고의 투수였지만 FA 계약 후 음주, 폭행 등을 일삼으며 '먹튀'로 전락한 투수를 연기했다. 정재영은 <글러브> 출연 당시 이미 불혹의 나이였지만 마운드에서 상당히 깔끔한 투구폼을 보여준다. 정재영은 지난 2004년 영화 <아는 여자>에서도 야구선수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재미 있는 사실은 <아는 여자>에서 두산 베어스 선수를 연기했던 정재영이 <글러브>에선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 소속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한 김상남은 영화 후반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에 테스트를 받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데 이는 철저한 '영화적 허용'이다. 현실에서는 특정선수가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하면 메이저리그와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의 프로리그에서도 뛸 수 없다. 물론 영화 속에서 김상남이 청각장애 야구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한 것이 참작돼 추후 영구징계가 풀렸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글러브>에서 정재영(왼쪽)의 고교동창으로 나오는 조진웅은 실제 정재영보다 6살이나 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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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문성근과 함께 대학로 전설의 연극 <칠수와 만수>에서 만수를 연기했던 강신일은 2000년대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범위를 넓혔고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글러브>에서는 충주성심학교의 교감선생님을 연기했는데 <공공의 적> 시리즈나 <실미도>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이 <글러브>의 교감선생님은 야구부원들에게 펑고를 쳐주면서 김상남이 오기 전까지 팀의 코치 역할을 담당했다.
오는 7월 방영예정인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 고 이선균 대신 주인공 형사 백중식을 연기하는 조진웅은 지금처럼 스타배우로 자리 잡기 전 <글러브>에서 김상남의 에이전트 철수 역을 맡았다. 고교 시절 상남과 함께 야구를 했던 철수는 전국대회 결승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며 야구를 그만뒀고 이후 친구인 상남의 에이전트로 나섰다. 상남에게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감독 자리를 알아봐 준 인물 역시 철수였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 역으로 유명한 김혜성은 <글러브>에서 포수 장재근 역을 맡았다. 재근은 프로야구는 물론이고 학생야구에서도 거의 보기 힘든 왼손잡이 포수인데 실제로 김혜성이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재근 역시 왼손잡이 포수로 설정됐다. 김혜성과 조진웅은 2006년 영화 <폭력써클>에도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당시 동갑내기 고등학생으로 나왔던 두 사람은 5년 후 학생과 감독의 친구로 위치가 크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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