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법, 많이 만드는 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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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문제를 두고서 국회가 파행인 가운데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난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2만3665개, 정부가 831개, 상위위원장 등이 만든 대안 1372개 등 2만5858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정원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정원을 좋은 정원이라고 쳐주지 않듯, 나쁜 법을 막아내는 입법 환경이 필요한데 우리 국회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법안을 만들기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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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건수 실적으로 보는 인식 바뀌어야
법안 심사 핵심인 소위 활동 제대로 평가받아야
원 구성 문제를 두고서 국회가 파행인 가운데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국회가 개원한 지 2주가 흘러간 시점에서 벌써 406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의원마다 '1호 법안'으로 명명하며 앞다퉈 발의된 이 법안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지난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2만3665개, 정부가 831개, 상위위원장 등이 만든 대안 1372개 등 2만5858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1만6494개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는데, 상당수는 발의만 됐을 뿐 상임위 심사조차 거치지 못했다. 정치적 이유 등으로 상임위가 잘 열리지 못한 탓도 있지만 법안이 너무 많이 발의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사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법안 발의가 많다. 의원 300명이 평균적으로 한 해에 20건가량의 법안을 발의하는 사례는 다른 선진 민주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성실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이면에는 많은 법안을 발의하는 게 ‘실적’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다음 선거 공천을 결정하는 정당이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시민단체가 의원들의 입법 실적을 법안 건수로 측정하다 보니, 발의 건수 늘리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규제를 없애자는 법안을 내놨다, 이를 되돌리자는 법안을 다시 내도 건건이 실적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법의 질은 그다음 문제다. 출제 유형에 맞춰 공부하다 보니, 원리 이해는 뒷전이고 문제 풀이만 잘하게 된 셈이다.
법을 많이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일까. 국회의원들이 놀지 않는다는 것이니, 일반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입법 환경을 보면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민법, 상법, 형법과 같은 법률이 1631개 존재한다. 체계적인 법 정비 대신 특별법, 일부 조문 개정 등으로 법안이 남발되다 보니 누더기 상황이다. 법안이 많아질수록 힘이 생기는 쪽은 법조인과 행정부다. 법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조인과 행정부의 권한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될 때 국회를 떠나는 한 의원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의원은 "법을 만든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법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쁜 법을 만드는 일을 막아내는 것도 포함된다"고 역설했다. 정원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정원을 좋은 정원이라고 쳐주지 않듯, 나쁜 법을 막아내는 입법 환경이 필요한데 우리 국회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법안을 만들기만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일단 달라져야 할 것은 법안 발의 건수를 실적으로 보는 인식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법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가 이어져야 한다. 이 외에도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실질적 법안 심사 자리인 소위원회에 체류한 시간을 반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는 상임위나 본회의 등의 경우 출결 상황이 국회 공보 등을 통해 확인될 수 있지만 소위 등의 경우에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 탓에 본회의나 전체 회의에서는 개근하지만 소위에서는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소위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참여해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는지는 입법 심사의 질을 높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소위에 얼마나 머무는지가 의정 활동의 평가 기준이 된다면 의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소위를 자주 열고 법안을 놓고 토론할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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