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보여주니 덕적도 소방대원들이 참 좋아하네요 [앤디의 어반스케치 이야기]

오창환 2024. 6. 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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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쳐스 인천 덕적도 스케치 여행... 덕적 119 지구대와 덕적도 성당을 그리다

[오창환 기자]

 왼편이 덕적 119지구대 건물이고 오른편은 덕적 파출소 건물이다,. 그 사이로는 보이는 마을이 평화롭다.
ⓒ 오창환
지난 8일에 어반스케쳐스 인천과 함께 인천 덕적도에 가기로 했다. 덕적도는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쾌속선으로는 1시간 10분 일반 배로는 1시간 50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1박을 하고 오기로 했다.

오전 8시 30분 배를 타러 8일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 됐다. 연안부두에 도착하니 뜻밖에 도떼기시장처럼 사람이 많다. 덕적도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섬에 가는 배도 모두 8시 30분에 출발해서 탑승 줄도 만만치 않게 길다.

섬으로 가는 스케쳐들 14명이 모였다. 비가 많이 왔지만 흔들리는 배에서 서서 스케치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1시간 50분 후 배가 덕적도 진리(鎭里)항에 도착할 쯤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왼쪽은 여객선이 덕적도에 입항하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하선하는 승객들 사진이다. 비가 많이 와서 갑판이 젖어 있다.
ⓒ 오창환
  
진리항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 덕적 119 지구대로 갔다. 첫 번째 스케치 장소다. 어반스케쳐스 인천은 작년부터 인천 소방본부와 협력해서 소방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방서 건물을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소방 훈련 장면이나 소방선을 그리기도 한다. 어반스케쳐와 지역 단체의 협업 중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니 지구대 소방관들이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지구대에 대해 간단한 설명도 해주셨다. 소방서 건너편에 앉아서 스케치를 시작했는데 내 예상 보다 소방서 건물이 너무 작고 단순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오른편을 보니 파출소가 있는 게 아닌가. 소방서와 파출소는 삶이 위기에 처할 때 필요한 곳이다. 그런데 두 건물 사이에 보이는 마을이 너무도 평화롭게 보인다. 맞다. 삶의 위기를 잘 견뎌내야 평화가 오는 것이니까. 위기와 평화를 대비해서 그렸다. 게다가 소방서는 빨간색이고 파출소 파란색이라 색의 대비도 좋다.

어반스케쳐스 인천에서는 그림을 마치고 모두 모였을 때 자기가 그린 그림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쇼앤텔(Show and Tell)' 시간이 있다. 나도 내 그림을 손짓발짓해 가며 설명했다. 다른 스케쳐들의 멋진 그림들도 잘 감상했고 소방관들도 좋아하셨다. 인천 소방서 콜라보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하며, 전시도 하고 달력도 만든다고 한다. 나도 그런 전시에 참여하면 좋겠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서 우리 숙소가 있는, 모래사장이 예쁜 서포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해변 모래사장에 텐트를 친 백패커들이 많았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내도 좋겠다.

해변을 그리는데 갑자기 해무(海霧)가 밀려오는데, 갑자기 바다고 뭐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역시 바닷가 날씨는 알 수 없나보다. 해수욕장을 그린 다음에 주변 동네를 둘러보니까 '서해안 슈바이처'로 불리던 최분도 신부님의 공덕비가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니까 최 신부님의 자취가 남아 있는 덕적도 성당과 유베드루 병원 건물이 있다. 내일은 성당을 그려야겠다.

저녁에는 진리항에 있는 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 와서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마시고 그림 이야기도 하면서  밤을 보냈다.
   
 왼쪽 사진은 서포리 바닷가 전경이고 오른쪽 사진은 덕적도 성당이다
ⓒ 오창환
     
최분도(베네딕트 즈웨버 Benedick Zweber, 1932~2001) 신부님은 미국 미네소타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1959년 한국에 와서 인천 연평도 주임신부로 재직하셨으며, 1964년에는 미군 중고 함정을 개조해서 '바다의 별'이라는 병원선을 만들어 문갑도, 울도, 지도, 백아도, 조기잡이 어선 등을 돌며 수많은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그는 1966년 덕적도 성당으로 부임했으며 덕적도에 60개의 병상을 갖춘 '유베드루' 병원을 개원하여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다. 신부님이 덕적도를 떠나는 1976년, 덕적도 주민들은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포리 해송림에  최분도 신부 공적비를 건립했다.
                    
 덕적도 성당 전경. 성당 왼편에 유바우루 병원 옛건물이 있다. 성당 뒤쪽의 산이 아릅답다.
ⓒ 오창환
 

9일 아침에 화구를 챙겨 들고 덕적도 성당을 향했다. 일찍 왔는데도 벌써 스케쳐 몇 분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나도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성당 마당에는 어제 있던 차가 그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보통 산을 수채화로는 그리면 산에 있는 나무가 잘 표현되지 않는데, 이번에는 채색에 변화를 주어 산에 있는 나무들을 그려 보았다. 성당 오른편에 주차장이 있는데 내 위치가 주차장 가까이에 있어서 정직한 원근법으로 그리면 주차장이 거의 성당 만큼 크게 그려지는데, 그렇게 되면 그림의 주제와  맞지 않아서 주차장을 작게 그려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주차장 쪽에서 나오셔서 성당 마당에서 서성대신다. 오전 11시가 다가오자 신부님이 나오셨다. 마당에 주차된 차는 신부님 차였다.

"할머니 오셨네요. 오늘 미사는 여기서는 안 하고 진리 공소에서 하니까 제 차를 타고 함께 가시죠"
"아니에요, 신부님. 안태워주셔도 돼요."
"괜찮아요, 어서 타세요."

이후로도 할머니는 한 번 더 사양하시더니 결국 신부님 차를 타고 가셨다. 내가 보기에 할머니는 분명히 신부님 차를 타러 시간 맞춰서 오신 것 같은데... 몇 번이나 사양하는 것이 이 동네 할머니들의 소박한 표현 방식인 것 같다. 
 
 진리 항구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경. 왼쪽 섬이 덕적도고 오른쪽 섬이 소야도다 두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 오창환
  
오후 4시 반에 덕적도를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해서, 점심은 진리항에 와서 먹고 배 출발 전까지 항구를 그렸다. 진리항은 접안 시설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왼쪽은 덕적도에 도착하는 시설이고 오른쪽은 덕적도를 출발하는 시설이다. 두 군데를 다 넣어서 스케치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은 늘 즐겁다. 그림이라는 연대감으로 뭉쳐 있어 대화도 재밌고 다른 사람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어반스케쳐들의 구력이 쌓여 가면서 그림 실력이 엄청 좋아져서 요즘은 잘 그리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그림 실력이 늘고 싶으면 많이 그리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행복하고 즐거운 단체 그림 여행, 가끔 다니면 좋을 것 같다.
   
 덕적도 진리항의 갈매기들. 왼쪽 접안시설이 입항하는 배가 들어오는 곳이고 오른쪽은 출항하는 배를 대는 곳이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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