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이 엄마 황보라 ‘3일의 휴가’ [홍종선의 신스틸러⑮]
지난 5월 23일 배우 황보라가 ‘오덕이 엄마’가 됐습니다. 항상 맑은 하늘처럼 웃던, 개구쟁이 미소년 같던 배우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됐네요. 축하합니다!
소속사 유튜브 채널 ‘웤톡’을 통해 출산 직전까지, 난임부터 잉태 그리고 출산 준비에 이르도록 대중과 솔직히 소통해오던 황보라는 오덕이가 세상에 나온 뒤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덕이가 태어난 지 20일째 되는 날에야 천사 같은 아기의 탄생을 알리고 그 과정에서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중하게 써 내려간 글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했으니까요.
어쩌면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삼칠일(아이가 태어난 후 21일 동안 여러 액의 출입을 막기 위해 금줄을 치는 시기)을 채운 후, 글을 올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덕이가 세상에 오고 22일째 되는 날, 큰삼촌 하정우의 영화 신작 ‘하이재킹’이 언론시사회를 시작으로 본격적 홍보에 진입하다 보니. 집안 내 빅이슈가 겹치는 걸 피하고자 시사회 이틀 전인 6월 11일 소중한 오덕이의 사진과 함께 감사 글을 공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추측이지만요.
SNS 글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울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는 해맑은 장난꾸러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단정한 숙녀의 이미지가 글 속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아이를 낳아야 진짜 어른이 되는 거라고, 옛 어른들이 말씀하신 걸까요.
“안녕하세요, 오덕엄마예요.
2024년 5월 23일 저희 부부에게 천사 같은 아기 오덕이가 태어났습니다.
1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마흔두 살, 적당히 철이 들 즈음
난임을 극복하고
태초부터 하나님께서 예비해두신 오덕이를 맞이한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도 눈물이 울컥합니다.
요즈음 아프리카 속담인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어요.
우선 10개월 동안 아기를 품으면서
노산이라 매 순간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저에게
친정엄마처럼 저와 아기를 돌보아 주신
차병원 김문영 교수님과 의료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의 선택지에서
겁많은 저를 안심시켜 주시고 흉터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써주신 김문영 교수님,
앞으로도 영원한 ‘산모들의 친정엄마’가 되어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큰 고비들이 많았습니다.
출산 후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로 힘들 시기
만나게 되었던 아니다 산후조리원 식구들.
조리원 바쁜 일정을 담당해주신 버틀러 라일라님,
젖몸살로 고생인 저를 살려주신 간호실장님,
매끼 맛있는 식사로 반갑게 맞이해주신 산후실장님,
복직근이개를 위해 힘써주신 도수선생님,
붓기를 쫘악 빼주신 스파선생님,
오덕이를 아침·점심·저녁으로 이쁘다 잘생겼다며 돌봐주시는 선생님들,
‘신생아의 금손’이신 맛사지교육선생님,
매일 저희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주신 선생님.
몸과 마음이 충분히 회복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서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자식을 낳아보니
이제야 부모님께서 얼마나 사랑으로 귀하게
길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 배우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감사에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저 요즘 너무 행복해요.
여러분도 ‘마니마니’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God bless you
참 최고의 아빠이자 나의 반쪽 우리 신랑 고생했어용,
사랑해^^”
(참고로 복직근이개는 임신 중 배가 부르면서 복부 근육 사이 공간이 벌어지는 현상으로, 출산 후 이 공간을 다시 없애려들 노력하지요.)
글을 읽으며 지난해 말 개봉했던 영화 ‘3일의 휴가’가 생각났습니다. 배우 황보라 조연의 영화여서, 또 부모님의 사랑을 뒤늦게야 깨달으며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딸의 이야기여서 연상됐나 봅니다.
배우 황보라는 영화 ‘3일의 휴가’에서 미진을 맡아 절친 진주(신민아 분), 또 진주의 엄마 복자 씨의 영혼(김해숙 분)과 기막힌 앙상블을 선보였습니다. 미진과 진주가 티격태격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들의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 복자 씨가 중간에 앉아 대화에 끼어들려 하면서 벌어지는 ‘엇박자 토크’는 자꾸 되돌려보게 만드는 명장면입니다.
연기 늘 잘하지만 또 잘한 김해숙, 다른 어느 작품에서보다 깊은 연기력을 꺼내 보인 신민아, 실제 모습인 듯 자연스럽지만 정교하게 표현된 내추럴 연기의 달인 황보라. 어찌나 하모니가 좋은지 마치 악기 합주처럼 들리고 보이는 명연기입니다.
작품이 힘을 주는 주연과 더불어, 또 대중의 큰사랑을 먼저 받은 배우와 동등하게 보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배우 황보라는 신민아와 대등한 에너지 속에 겉으로는 진주를 타박하고 속으로는 깊이 아끼는 ‘찐친’으로 영화 속에 존재합니다.
황보라는 평소 잘하는 코믹연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그렇다고 무겁다는 게 아니라 인생 친구로서 격의 없게 ‘알맞게 유쾌한’ 연기를 섬세하게 펼쳤습니다. 심각함과 슬픔이 기본 감정으로 깔린 엄마 복자와 딸 진주 사이에서 영화가 너무 어두워지지 않도록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기분 좋은 따스함을 불어넣었습니다. 참 좋은 배우입니다.
너무 좋은 배우, 최고의 신스틸러이긴 하나 조기 복귀는 반대입니다^^.
개인 방송이나 예능에서 분윳값 벌기 위해 빨리 복귀하고 싶다던 그에게 최소 백일은 옴짝달싹 말고 쉬어야 나중에 삭신 쑤시지 않는다고, 아기와 함께한 시간은 최상의 축복이니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리라고 댓글을 달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접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뱃속에서 눈앞으로 온 오덕이를 보면 나가라고 등 떠밀어도 함께 있고 싶고, 행복한 고생을 자처하리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영화 ‘3일의 휴가’ 속 명대사를 보탭니다. 오덕이와 쌓은 좋은 기억이 프리미엄 휘발유가 되어 배우 황보라라는 자동차에 얼마나 좋은 에너지가 되어 줄지, 잘 알겠으나 상기시키고 싶어섭니다. 잠깐을 나와도 무게감 있는 배우 박현숙이 정신과 의사로 분해 들려주는 삶의 원리입니다.
“기억이라는 게 어찌 보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연료 같은 겁니다. 좋은 기억들이 많이 쌓이면 아주 고급휘발유를 채운 승용차처럼 잘 달리는 거고, 나쁜 기억들은 불량휘발유처럼 삶을 덜컹거리게 만들고요.”
여러분께도 ‘3일의 휴가’를 권합니다. 차미경, 강기영, 배해선, 박명훈에 김영재까지 좋은 배우들이 마음에 오래 남을 연기를 펼치고 김현수, 박예린처럼 장차 더 좋은 연기를 해낼 차세대 배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 ‘방가? 방가!’ ‘나의 특별한 형제’ 등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의 작품인 것도 추천 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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