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으면 사람이 찾아온다

정호갑 2024. 6. 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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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네 시골살이 15] 마을 도로를 아스콘으로 포장하던 날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호갑 기자]

시골살이할 집을 보러 다닐 때 내가 찾아간 곳마다 마을로 올라가는 도로가 불편했다. 도로가 좁아 위에서, 아래에서 차가 오고 있는지 신경이 쓰였다. 포장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중간중간 깨어지고 갈라져 고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이곳저곳을 다녀봐도 거의 비슷했다. 도로가 먼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집을 짓고 나서 집 중심으로 길을 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원래 과수원이었던 곳을 전원주택 단지로 조성하면서 도로를 만들었기에 도로가 넓었다. 도로는 넓었지만,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었기에 매끄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반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마을을 만들고 난 뒤 이 도로를 국가에 기부채납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도로는 사유지가 아니라 국유지이다. 이렇게 10여 년이 지나왔다. 특히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곳에는 깨어지고 틈이 벌어져 조심해 올라와야 했다. 이런 곳이 군데군데 있어 보기에도 흉했다.
 
▲ 포장되기 전 마을 도로 입구 입구가 갈라지고 틈이 생겨 보기에도 흉함
ⓒ 정호갑
   
이 도로가 11일 아스콘으로 포장되었다. 아스콘으로 포장하면 매끄럽고, 겨울에는 눈이 잘 녹아 결빙의 영향이 줄어든다고 한다. 이곳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 지난해에도 눈으로 발이 묶인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마을에서 눈을 치울 때도 바닥이 매끄럽기에 힘이 훨씬 덜 들어갈 것이다.
 
▲ 아스콘으로 포장된 마을 도로 입구 아스콘으로 마을 입구가 포장되니 안전은 물론이고 보기에도 좋다
ⓒ 정호갑
   
도로를 아스콘으로 포장하고 나니 마을이 한결 깔끔해 보인다. 작업하시는 분이 '오늘 조금 불편하셨겠지만, 집값이 만 원 정도는 올라가겠지요' 하는 농담도 던진다. 더운 날씨에 수고 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고맙습니다'를 되풀이 하였다. 이를 맡은 업체 사장님이 이웃 마을에 거주하시는 분이라 꼼꼼하게 잘 포장하고 마무리해 주셨다.
 
▲ 포장되기 전 마을 도로 포장을 앞두고 길 옆을 정리하였음
ⓒ 정호갑
 
▲ 아스콘으로 포장된 마을도로 아스콘으로 포장되고 나니 마을 환해졌음
ⓒ 정호갑
  
마을 길이 아스콘으로 포장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공자 <논어> 위령공편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2500여 년이 지났지만, 이 말씀에 매우 공감한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이를 잘 드러내 준다. 법과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완벽할 수는 없다.

이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약자를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이를 운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윗사람이 중요하다. 내가 현재 있는 곳에서 윗사람을 믿고 따를 수 있으면 행복 하나를 얻은 것이다.

 
▲ 아스콘으로 포장된 마을 도로 마을이 한결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임
ⓒ 정호갑
그런데 이 말씀과 다른 엉뚱한 생각이 불현듯 든다. 길이 있으면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까?

시골이 무너져 가고 있다. 빈집이 늘어가고 갔다. 빈집을 그냥 두면 그곳은 폐허가 된다. 국가에서 빈집을 방치하면 벌금을 물린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빈집이 늘어갈수록 그 마을은 빠른 속도로 폐허가 되어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수도권은 살 집이 부족하다. 수도권에서 자기 집을 가지고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에서는 중산층 이상이다. 정상적으로 노력해서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집 한 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도 많은 고민과 노력하고 있지만 쉽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시골살이하면 집값도 싸고, 좋은 점이 참 많다. 내가 시골살이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물음이 '병원은 가까운 곳에 있느냐'였다. 그때 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병원에 안 가려고 시골살이한다고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 주사를 맞고 몸에 좋다는 온갖 영양제를 먹는다.

시골살이하면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만병통치약인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늘 마시고,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눈을 맑게 하는 풍경이 있고, 귀를 행복하게 하는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이러면 병이 찾아오더라도 조금은 더 늦게 찾아오지 않을까?

시골에 살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인다. 조그만 정원과 텃밭이지만 물을 주어야 하고, 잡초도 뽑아야 한다. 그렇게 힘 드는 일은 아니지만 몸을 움직이기에 자연스레 운동이 된다. 무엇보다 이로 얻는 기쁨이 훨씬 크다. 흔히 말하는 힐링이 된다.

여유는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여유가 있으니,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렇게 하면 인간관계도 좋아질 것이고 스트레스와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하면 병을 멀리 할까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병원을 먼저 생각한다. 아파서 병원에 잠시 입원하더라도 퇴원 후 시골살이하면 이러한 이유로 건강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시골살이를 주저하는 이유 가운데 생활의 불편함을 든다. 생활에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도시에 나갈 때 필요한 것을 대단위로 사지만, 필요한 것을 놓치는 일도 있다. 그때 이곳에서 시내까지 나가는데 1시간,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이를 해소하는 길은 도시와 인접성을 높이는 것이다. 도로를 닦고, 터널도 뚫어야 한다. 지금 내가 사는 곳과 고속도로, 기차역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시골살이할 집을 찾을 때 놓친 점 하나가 바로 고속도로와 기차역과의 접근성이다. 살아보니 기차역과 고속도로와 가까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찾아오는 손님은 물론이고 내가 어딜 다닐 때도 이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고속도로와 연결될 터널이 공사 중에 있다. 내년에 터널이 완공되면 최소 30분은 단축될 수 있다. 기차역에 가기 위해서도 산을 넘어 돌아가고 있는데 터널이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이 또한 터널이 뚫리면 최소 20여 분이 단축될 것이다. 계획대로 완공이 되길, 계획으로 끝나지 말고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작은 도시 국가에서 시작한 로마가 제국 로마로 팽창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각 지역으로 연계된 잘 닦인 도로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로는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찾아오면 주변이 발전하면서 그곳의 문화가 형성된다. 그러면 자연히 생활 편리 시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시골을 살리는 길은 많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도로라 생각한다. 도로 건설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생활의 편리 시설과 쉽게 연결된다면 더 건강할 수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집값 또한 싼 시골살이를 누구 싫다고 하겠는가? 지역 균형 발전은 길을 닦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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