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큰 말레이시아 600링깃 지폐에서 발견한 것
[여경수 기자]
▲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광장 |
ⓒ 여경수 |
특히 오늘날 말레이시아의 독립과 헌법 제정을 상징하는 장소는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메르데카 광장이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이지만, 사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도시는 말라카이다.
쿠알라룸푸르는 19세기 중후반에나 만들어진 도시이다. 당시에 주석과 고무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말레이 계열의 원주민뿐만 아니라 중국계와 인도계와 같은 이주민들이 쿠알라룸푸르로 몰려들었. 또한 영국이 말레이반도의 식민지를 경영하기 위한 도시로 쿠알라룸푸르를 정하면서, 이후 철도역, 교회, 관공서를 설치했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시아어로는 독립을 의미한다. 특히 메르데카 광장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100미터 높이의 국기게양대가 있다. 국기 게양대의 받침석에는 말레이시아 건국의 공헌자이자,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를 역임한 압둘 라만이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선포하던 장면이 전시되어 있다.
▲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 압둘 라만이 독립을 외치는 장면 |
ⓒ 여경수 |
말레이시아 독립과 헌법의 제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압둘 라만이다. 그는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쟁취했다. 지난 1970년 총리직에서 사임하기까지 말레이시아의 건국과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말레이시아 국립 박물관에서도 압둘 라만을 기리는 흉상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물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955년 선거를 통해서 연방입법의회를 구성한다. 당시의 연방입법회의는 헌법을 제정하는 의회의 성격을 지닌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지난 1948년 5.10 선거를 통해서 국회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최초의 헌법을 제정했다. 그해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를 정식으로 수립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헌법이 제정될 당시엔 연방주의, 권력분립, 인권보장, 헌법개정절차를 헌법의 가치로 주요하게 다루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말레이시아는 헌법상 연방제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다. 다만 말레이시아 역사가 반영된 입헌군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상 말레이시아 국왕은 연방정부 최고의 수반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군주를 정하는 방식은 특이하다. 말레이시아 13개의 주 가운데 9개주에는 술탄이라고 불리는 각각의 세습통치자가 있다. 말레이시아 국왕은 각 주의 술탄 9명 가운데 5년마다 선출직으로 임명된다. 그러므로 말레이시아의 국왕은 5년 임기의 선출직이다. 그래서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이나 태국과 같은 국가들과 달리 말레이시아 국왕은 말레이시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다고도 볼 수 있다.
▲ 말레이시아 600링깃 화폐 |
ⓒ 여경수 |
나는 말레이시아금융박물관에서 본 600링깃 지폐에서 말레이시아의 독립에 관한 의지를 보았다. 이 지폐는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 6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기념화폐다. 크기가 한 권의 책보다 더 크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화폐라고 한다. 역시나 지폐의 화면에서는 압둘 라만이 독립을 외치는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자주 보였던 단어가 '메르데카'였다. 나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메르데카라는 단어의 뜻이 독립이라는 것, 그리고 말레이시아 독립의 결과물이 헌법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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