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큰 말레이시아 600링깃 지폐에서 발견한 것

여경수 2024. 6. 1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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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헌법 제정과 독립의 현장인 메르데카 광장

[여경수 기자]

우리나라 헌법과 말레이시아 헌법을 비교연구하는 목적으로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여행을 다녀왔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957년 8월 3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511년 포르투갈이 말라카 지역을 침략이 있은 이후,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일본의 침공까지 연이은 외세의 지배와 탄압에서 벗어났다.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광장
ⓒ 여경수
 
특히 오늘날 말레이시아의 독립과 헌법 제정을 상징하는 장소는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메르데카 광장이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이지만, 사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도시는 말라카이다.

쿠알라룸푸르는 19세기 중후반에나 만들어진 도시이다. 당시에 주석과 고무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말레이 계열의 원주민뿐만 아니라 중국계와 인도계와 같은 이주민들이 쿠알라룸푸르로 몰려들었. 또한 영국이 말레이반도의 식민지를 경영하기 위한 도시로 쿠알라룸푸르를 정하면서, 이후 철도역, 교회, 관공서를 설치했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시아어로는 독립을 의미한다. 특히 메르데카 광장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100미터 높이의 국기게양대가 있다. 국기 게양대의 받침석에는 말레이시아 건국의 공헌자이자,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를 역임한 압둘 라만이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선포하던 장면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메르데카 광장의 맞은편에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이 있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 관공서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우리나라는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 사이에 있던 조선총독부를 김영삼 정권 시절에 철거하였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정부는 메르데카 광장 주변에 건설된 식민지 시절들의 건물들을 문화 유적지나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국립직물박물관과 쿠알라룸푸르 미술관이 있다.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 압둘 라만이 독립을 외치는 장면
ⓒ 여경수
메르데카 광장에서 말레이시아 국립은행 건물을 지나면, 압둘 라만 기념관을 방문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말레이시아의 건국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독립과 헌법의 제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압둘 라만이다. 그는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쟁취했다. 지난 1970년 총리직에서 사임하기까지 말레이시아의 건국과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말레이시아 국립 박물관에서도 압둘 라만을 기리는 흉상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물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955년 선거를 통해서 연방입법의회를 구성한다. 당시의 연방입법회의는 헌법을 제정하는 의회의 성격을 지닌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지난 1948년 5.10 선거를 통해서 국회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최초의 헌법을 제정했다. 그해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를 정식으로 수립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헌법이 제정될 당시엔 연방주의, 권력분립, 인권보장, 헌법개정절차를 헌법의 가치로 주요하게 다루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말레이시아는 헌법상 연방제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다. 다만 말레이시아 역사가 반영된 입헌군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상 말레이시아 국왕은 연방정부 최고의 수반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군주를 정하는 방식은 특이하다. 말레이시아 13개의 주 가운데 9개주에는 술탄이라고 불리는 각각의 세습통치자가 있다. 말레이시아 국왕은 각 주의 술탄 9명 가운데 5년마다 선출직으로 임명된다. 그러므로 말레이시아의 국왕은 5년 임기의 선출직이다. 그래서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이나 태국과 같은 국가들과 달리 말레이시아 국왕은 말레이시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다고도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헌법과 우리나라 헌법은 여러모로 차이점이 있다. 각각 군주국과 공화국, 연방제 국가와 단일국가,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와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은 독립의 과정을 거치면서 헌법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헌법을 제정하는 의회를 먼저 구성하였다. 헌법을 제정하고, 그 헌법에 따른 절차로 정부를 수립하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두 국가 모두 헌법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600링깃 화폐
ⓒ 여경수
 
나는 말레이시아금융박물관에서 본 600링깃 지폐에서 말레이시아의 독립에 관한 의지를 보았다. 이 지폐는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 6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기념화폐다. 크기가 한 권의 책보다 더 크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화폐라고 한다. 역시나 지폐의 화면에서는 압둘 라만이 독립을 외치는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자주 보였던 단어가 '메르데카'였다. 나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메르데카라는 단어의 뜻이 독립이라는 것, 그리고 말레이시아 독립의 결과물이 헌법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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