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악몽' 깬 최정의 칭찬, 정해영은 그렇게 '투수'가 된다 [IS 피플]
배중현 2024. 6. 13. 08:00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기 안 죽고 자신감이 생겼던 거 같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23·KIA 타이거즈)이 대선배 최정(37·SSG 랜더스)에게 보낸 메시지다.
정해영은 지난 4월 16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인천 SSG전 4-3으로 앞선 9회 등판, 2사 후 최정에게 통한의 동점 홈런을 맞았기 때문이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5구째 직구를 맞아 개막 후 이어온 8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이 막을 내렸다. 후속 에레디아를 좌전 안타로 내보낸 정해영은 한유섬에게 끝내기 투런 홈런까지 허용했다.
악몽 같은 하루. 정해영의 마음을 건드린 건 최정의 인터뷰였다. 경기 수훈 선수로 취재진과 만난 최정은 9회 홈런을 복기하며 "마무리 투수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며 정해영의 배짱을 높게 평가했다. 정해영은 볼카운트가 3볼로 몰리자 4구째에 이어 5구째도 직구를 선택, 힘으로 붙었다. 정해영은 "충격이 컸을 텐데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좋게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멘털을 (바로) 회복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고마워했다.
정해영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최정에게 맞은 홈런 이후 19경기에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 리그 구원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11일 기준 시즌 18세이브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에게 2개 뒤진 부문 2위. 지난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4년 올스타전 팬 투표 중간 집계에선 101만2173표를 얻어 100만6042표를 획득한 양의지(두산 베어스)를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정해영을 상대로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을 뽑아낸 최정은 여드레 뒤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468번째 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박빙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에게 최정은 부담스러운 상대. 정해영과 최정의 맞대결은 올 시즌 KIA-SSG전의 희비를 좌우할 관전 요소로 떠올랐다.
정해영은 '최정에게 다시 직구 승부를 하겠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때(4월 16일)보다 많이 성장했다. 영리하게 공 배합을 할 생각"이라며 "팀이 이겨야 내 자존심도 올라가고, 팀이 지면 똑같이 흠집이 난다. 무조건 이기겠다. 좋은 걸(구종) 던지겠다"라며 웃었다.
인천=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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