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이 만든 전기차는 다르다… 얼굴값 하는 ‘리릭’

편은지 2024. 6.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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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달락 최초 전기차 '리릭' 시승기
듬직하고 예쁜 외관, 화려한 내부
회생제동+핸드브레이크=에너지 회수 극대화
캐딜락 리릭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미국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이 국내에서 부진한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전기차 '리릭'을 들고 나왔다. 최근 국내 시장에 전기차가 참 안 팔리는 데도 전기차로 승부를 보겠다는 건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일까. 캐딜락 최초의 전기차이자, 국내 시장에서의 구원투수인 리릭을 지난 10일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캐딜락 리릭, 가격은 1억690만원이다. NCM(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65km, 고속 충전(190kw) 기준 10분 충전에 120km를 달릴 수 있다.

캐딜락 리릭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리릭의 첫인상은 당황스럽기 짝이없다. 전기차라기엔 선과 면이 뚜렷한 외모 때문이다.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전기차들만 봐온 탓인지, 리릭의 얼굴은 전기차라기엔 심하게 매력적이다. 마치 덩치를 키운 XT4 처럼 생겼다.

성난 엔진소리를 낼 것 처럼 생겼지만, 막혀있는 그릴을 보고나니 전기차임이 비로소 체감됐다. 전기차이니 그릴이 필요하지 않지만, 캐딜락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해당 부분을 디지털 판으로 막고 패턴을 새겨넣었다. 디지털로 된 덕분에 차량 가까이에 가거나 잠금을 해제하면 중앙 엠블럼에서부터 웰컴라이팅이 시작된다.

캐딜락 리릭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측면으로 돌아서니 5m에 육박하는 거대한 차체가 실감이 난다. 뒤로갈수록 매끄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인상적인데, 특히 후면 리어 스포일러는 리릭의 공기 역학적 성능을 끌어올린 요소라고 한다. 굳이 각진 부위를 모두 깎아 민둥산처럼 디자인하지 않아도, 세단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후면부는 세련된 디자인을 위한 노력이 특히 돋보인다. 리어 윈드쉴드 아래에서 시작해 C필러를 따라 루프까지 이어지는 리어램프 덕에 유니크하고 세련된 느낌을 낸다. 하단부로 이어지는 직선형 리어 램프는 날개처럼 접혀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램프 내부에 반사판이 달려있어 작은 빛이라도 후면 중앙까지 넓게 비춘다.

캐딜락 리릭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리릭의 외관은 어느곳 하나 밋밋한 지점이 없다. 전면부터 후면까지 디자인 요소들이 이곳 저곳을 접은 듯 입체적이고, 군데군데 위치한 캐딜락 엠블럼은 럭셔리 차임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내연기관을 빼닯은 세련되고 각진 외모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문을 열어젖히고 내부로 들어서니 화려하고 섬세한 디자인에 무의식적으로 스티어링 휠에 캐딜락 엠블럼이 박혀있는지를 확인했다. 에스컬레이드 등 내연기관차에서도 물론 내부가 고급스럽기는 했지만, 리릭은 최초로 출시하는 전기차 답게 작정하고 꾸며낸 모습이다.

캐딜락 리릭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가장 시선을 빼앗는 것은 단연 계기판부터 중앙지점까지 대시보드 위를 가득채운 긴 디스플레이다. 특히 보통 차량들처럼 계기판은 그래픽으로만 이뤄지고 중앙에서만 조작할 수 있는 형식이 아니라, 계기판부터 중앙부까지 디스플레이의 모든 면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계기판에서 전비, 공기압, 속력 등의 정보를 스티어링휠 속 버튼으로 조작할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손으로 누르는 식이다.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운전 중에 버튼을 찾을 필요 없이 손으로 누를 수 있어 오히려 편리했다.

1열 운전석 도어트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특히 그간 캐딜락에선 기대하기 어려웠던 아기자기한 면모도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도어트림 시트 포지션 조작부 옆에 특이한 패턴이 들어갔는데, 숲속 나무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오는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패턴은 도어트림 뿐 아니라 천장에도, 대시보드에도, 인테리어 등 곳곳에 적용됐다. 독일차스러운 변화다.

컵홀더,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등 곳곳에는 반짝거리는 크리스탈 디자인도 들어갔다. 실제 크리스털을 가공해서 만들어졌는데, 작고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디자인 덕에 전반적인 럭셔리 수준도 높게 느껴진다. 송풍구 조작을 위한 손잡이(?)도 반짝반짝 빛이난다.

바람 방향과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송풍구 손잡이ⓒ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기차로 나아가면서 꽤나 최신의 느낌으로 변화했지만 공조, 음량, 바람 세기 등 꼭 필요한 물리 조작은 그대로 남기면서 국적을 지키는 면모도 보여줬다. 모든 기능을 디스플레이와 터치 패드 속으로 집어넣기보다 운전시 손 닿는 곳에서 물리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편리하게 느껴졌다. 누가 타더라도 더우면 헤메지않고 알아서 에어컨을 켤 수 있다.

최초 전기차에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를 잔뜩 욱여넣은 캐딜락의 환골탈태는 가속페달을 밟은 뒤에도 계속됐다. 운전석에 앉아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으니 디자인 뿐 아니라 주행감 역시 '럭셔리' 브랜드 임을 몸소 증명해냈다.

전기차인 만큼 지체없는 가속력은 당연한 요소지만, 리릭의 주행감은 맨 땅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비단길을 달리는 것처럼 부드럽다. 북미 출시 모델과 달리 국내에 출시된 리릭에는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는데도 노면 충격이 부드럽게 걸러진다.

특히 리릭의 가장 특별한 점은 캐딜락 최초로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작은 레버로 감속을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기능인데, 발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손으로만 조작해도 속도가 즉각적으로 줄어든다. 회생제동 강도도 조절이 가능한데, 회생제동을 가장 세게 설정하고 핸드 브레이크까지 함께 사용한다면 감속에도 수월하고, 에너지 회수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모양이 그려진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 레버. 안쪽으로 당기면 즉각적인 브레이킹이 가능하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기존 에스컬레이드에 적용됐던 고급 기능들도 곳곳에 탑재됐다. 헤드레스트에 내재된 스피커와 전방 충돌 경고시 시트에서 진동이 울리는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간 호환성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오토 또는 애플 카플레이로 내비를 켜야하는데, 이 상황에서 통화를 하게 될 경우 소리가 중첩됐다. 전화음성과 내비 음성이 한번에 같이 들리는 식이다. 전화음성이 특히 작은데, 이 때문에 전화를 끊었을 때 기존 음량이 너무 커서 크게 놀라는 일이 생길 수 있겠다.

터널에 들어갔을때 즉각적으로 화면이 어두워지는데, 터널에서 나왔을때 곧바로 밝아지지 않고 10초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서 길을 틀거나 차선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는 곤란할 수 있겠다.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전비는 3.7km/kWh였다. 공인 전비가 3.9km/kWh인 것을 감안하면 급가속, 급감속을 계속 시도한 것 치고 양호한 수치다. 에코 운전을 한다고 가정하면 훨씬 더 높은 전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릭 1열ⓒ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시승을 마치고 나니 '아메리칸 럭셔리'를 전기차에서 보여주기 위한 캐딜락의 노력이 꽤 성공적이라고 느껴졌다. 미국차량을 두고 예쁜 디자인 대비 내부가 투박하다고 생각했던 소비자들도 리릭에서는 만족도가 높아질 듯 하다.

에어서스펜션이나 웰컴 디스플레이 등 기능이 빠졌지만, 덕분에 미국, 유럽 대비 국내 출시가격이 1000만원 이상 낮아진 것도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한 이점이다. 가격값 하는 얼굴과 주행감은 1억 690만원이라는 가격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국내시장에서 판매량이 높지 않은 브랜드인만큼 희소성까지 챙길 수 있겠다.

▲타깃

- 길바닥에 널린 똑같은 차는 싫다면

- 캐딜락 내부 투박하다고? 이번엔 다를겁니다

- 주행거리(465km) 넉넉한 '럭셔리 전기차' 찾는다면

▲주의할 점

- 한국인 성미 못 따라오는 디스플레이 속도

- 희귀한 만큼 수리가 필요할 때는 답답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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