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공개된 푸바오…“불안정” 수의사가 본 상태
“털빠짐과 정수리 상처,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 때문인 듯”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협약에 따라 중국으로 보내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학대 의혹 등 많은 우려 속 대중에 공개된 가운데 아직 불안정한 상태로 보이고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적 이상이 나타난 것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최태규 수의사는 푸바오가 중국에서 처음 공개된 12일 YTN 뉴스에 출연해 “공개된 영상을 봤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움직임을 보니 한국에서보다는 불안정해 보였다. 새로운 장소로 옮겨져 아직 낯설어서인지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먹이를 잘 먹는 것으로 보였다’는 앵커의 물음에 최 수의사는 “먹이를 먹다가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모습을 봤다.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푸바오는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한 번도 그곳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곳 생활이 안정적이지만 경험이 제한적이기도 했다. (에버랜드가) 푸바오 세상의 전부였던 상황에서 갑자기 옮겨진 것”이라면서 “아주 오랫동안 안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빨리 적응하면 한두 달 내로 적응할 수 있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중국에서의 푸바오 환경을 묻는 질문엔 “모든 동물원이 그렇듯 야생동물 생활 반경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절대적으로 좁고 자극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동물원치고 나쁘진 않은 환경이다”고 했다.
목 부위 털 빠짐에 대해선 “영상을 봐서는 털이 빠진 게 아니라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복되는 정형행동을 하면서 특정 부위에 마찰이 생기면 끊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로부터 그런 행동이 나온 것으로 본다”고 했다. 푸바오 탈모 의혹에 대해 중국 사육사는 “피부병 같은 이상 현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푸바오 정수리 눌린 자국과 관련해선 “자다가 눌렸다고 보기엔 상처에 가까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앞서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측은 푸바오 정수리 눌린 자국을 ‘미인점’이라고 표현하며 “앉은 자세로 케이지 손잡이에 머리를 대고 자다가 생겼다”고 해명한 바 있다.
최 수의사는 “(정수리 자국은) 앞구르기를 하든 머리를 비비든 반복된 정형행동 때문에 피부조직이 상한 걸로 보인다”면서 “암컷이라고 ‘미인점’이라고 포장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푸바오가 강철원 사육사와 한국에 대한 기억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동물의 의식 영역은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바가 없다”면서도 “곰 정도 인지능력이면 평생 돌봐준 사람, 긍정적 자극을 줘서 자신을 기분 좋게 해준 사람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다시 (강 사육사를) 만나거나 (에버랜드로) 돌아온다면 좋은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푸바오는 이날 오전 쓰촨성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기지 야외 방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월 3일 중국에 도착해 격리·적응 과정을 진행한 푸바오가 대중에 공개된 건 70일 만이다.
원형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온 푸바오는 처음엔 낯선 듯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탐색했다. 이내 나무 탁자 위로 올라가 사육사들이 미리 준비해둔 당근 죽순 케이크를 먹고 마킹을 하는 등 다소 안정된 모습을 선보였다.
한국 취재진 10여명과 CCTV 등 중국 취재진 수십명이 몰려 푸바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소리에 민감한 판다를 고려해 모두가 소음 발생에 주의했다. 푸바오의 대나무 뜯어 먹는 소리가 크게 울릴 정도로 현장은 고요했다. 이런 장면들은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웨이보를 통해서도 중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앞서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는 전날 선수핑기지에서 한국과 중국 매체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견을 열고 “푸바오에게 털 빠짐과 모발 변색 등 변화가 있었으나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며 순조롭게 중국 기지와 판다 집단에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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