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리더]박창호 SG 대표 “세계 최초 우크라이나 스틸아스콘 특허로 시장 선점”
우크라이나와 신뢰 구축…1000조 재건 사업 발판
“글로벌 아스콘 기업 중 최초로 우크라이나에서 에코스틸아스콘, 즉 제강 슬래그로 아스콘을 만드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 특허는 미국, 일본 등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전망입니다.”
국내 1위 아스콘 기업 에스지이(SG)의 박창호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우크라이나에서의 에코스틸아스콘 특허 출원과 관련해 이같이 설명했다. 에코스틸아스콘은 기존 원재료인 골재(돌멩이) 대신 제강 부산물인 슬래그로 만들어진 아스콘이다.
폐기물을 활용하면서도 기존 아스콘보다 고강도·고내구성을 가진 장점이 있어 국내에서는 벌써 제2경부고속도로 포장에 에코스틸아스콘이 활용되고 있다. SG는 9년의 연구 끝에 국내 아스콘 업계 최초로 에코스틸아스콘 국내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박창호 대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도 에코스틸아스콘과 비슷한 류의 제품이 있지만 동유럽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며 “SG는 이들보다 먼저 우크라이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시 상황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특허부터 출원했다”고 말했다.
SG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에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통상 특허 출원 후 2~3년 걸려야 등록이 되는데, 이번 경우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빠른 시일 내 처리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SG의 특허가 선제적으로 등록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스틸아스콘 관련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워진다.
우크라이나가 에코스틸아스콘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철강 강국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철강 부산물인 슬래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폐기하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철강소 주변 노지에 산처럼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는 SG의 에코스틸아스콘 기술을 활용해 슬래그도 처리하고, 도로도 포장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번 메트인베스트와 10년간 슬래그 4200만t 무상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번 방문에서 PFK 제철소와 추가로 연간 최대 60만t의 슬래그를 공급받는 MOU를 맺었다”며 “현지에서 바로 슬래그를 받을 수 있어 에코스틸아스콘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트인베스트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위치한 유럽 최대 제철소 아조우스탈의 모회사다. 연 매출 규모만 9조15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추가로 슬래그 공급 MOU를 맺은 PFK도 연매출 3조7200억원의 대규모 제철소다.
SG는 이 슬래그를 활용해 DS프롬에서 에코스틸아스콘을 생산할 계획이다. DS프롬은 우크라이나에 6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아스콘 1위 기업이다. 지난달 말 SG는 DS프롬과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SG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수주한 총액은 약 400억원에 달하는데, 이 물량을 우선 DS프롬을 통해 소화할 계획이다.
먼저 투입되는 곳은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Mykolaiv)주의 P06 고속도로다. 이 고속도로는 중부 지역의 키로보흐라드(Kirovohrad)주까지 약 230㎞ 구간을 연결하고 있다. SG는 이 중 1㎞ 구간에 일반아스콘을, 다른 1㎞ 구간에 에코스틸아스콘을 시공한 후 품질 비교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험포장 평가에서 우수성을 입증받으면 230㎞ 전 구간에 에코스틸아스콘을 시공할 방침이다. 현재 설계에 들어갔고 7~8월에는 시험포장을 시작한다.
박 대표는 “이미 품질은 국내에서 검증된 터라 평가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며 “이번 시험포장만 끝나면 추가 수주가 밀려들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를 10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중 도로, 항만 등 SOC(사회간접자본) 재건 비중이 높을 것”이라며 “특히 항만은 공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 재건에 사업비가 많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SG는 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SG는 향후 급증할 수주에 대비해 이번 유상증자 자금으로 우크라이나 현지 공장도 인수할 계획이다. 아스콘 특성상 포장도로와 가까운 지역에 공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요 거점 공장을 물색하고 있다.
박 대표는 “대규모 재건 사업에 SG와 같은 중견기업이 참여하려면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SG가 현지에서 가장 먼저 시험포장을 한 것이 우크라이나에게는 한국이 가장 먼저 도와줬다는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과 같은 힘든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신뢰를 쌓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 향후 더 큰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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