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예기치 않은 미래 변동성으로부터 내 자산 지키기

오규민 2024. 6.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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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시는 고점을 경신하고 있고 홍콩 증시는 올해 1월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기술적 강세장에 접어들었다.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지만, 항상 맑은 뒤 흐린 날에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은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보고 잠재적 변동성과 증시 하락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전천후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

증시 변동성의 원인은 무엇인가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기업 이익 및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감과 같은 기업 고유의 요인 외에도 급격한 통화 긴축, 지정학적 분쟁, 경기 침체 혹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블랙스완) 등과 같은 공통적인 거시경제 요인들도 증시 변동성을 야기한다. 2024년에는 지정학적 분쟁과 과도한 통화긴축 우려라는 두 가지 요인이 시장 변동성을 높였다.

올 초부터 지난 4월 이전까지 주식시장 변동성은 수년래 최저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 격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를 상회하면서 주식 변동성이 저점에서 한 때 50% 가까이 급등하고 4월 첫 3주간 미국 주식이 약 5% 하락했다. 최근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거나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재차 부각되면서 신중한 시장 흐름이 나타났다.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Fed의 물가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으며 이에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은 경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상승은 가속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로 일어날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야기할 수 있는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점은 스태그플레이션이든 리플레이션(성장과 물가 상승 모두 가속화) 환경이든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환경하에서 금은 역사적으로 다른 자산보다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원유 또한 주목해야 할 원자재다. 중동 지역의 분쟁은 원유 생산 및 운송을 저해하며 에너지 공급망 불안을 야기한다. 따라서 에너지 업종 주식은 물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방법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군사적 갈등은 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1940년 이후 통계를 살펴보면, 군사적 분쟁 초기에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며 하락세가 두드러지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하락세는 빠르게 진정됐다. 군사적 갈등 외에도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와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시 나타날 수 있는 무역분쟁 또한 최근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긍정적인 점은 일반적으로 미국 대선이 있던 해에 미국 주식의 성과는 양호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재임 기간이었던 2018~2019년 당시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11월부터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 이전까지 미국 증시는 약 30% 상승하며 중국 주식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을 야기하는 사건을 의미하는 블랙스완은 그 원인과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관리를 어렵게 한다. 매년 일관되게 다른 자산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하는 단일 자산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을 방어하는 강력한 수단은 다양한 자산군에 걸쳐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사전에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경기침체기에 현금 보유가 정답일까

경기침체가 도래하고 시장의 활력이 저하되면 현금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경기침체기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은 금과 미국 국채로 각각 연평균 +19%와 +12%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현금(+6%)과 미국 주식(-5%)의 성과를 크게 상회했다. 따라서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3개월 관점 전망치 범위를 기준으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25~4.50%를 상회하는 흐름을 보일 경우, 이를 우량 채권에 대한 비중 확보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에 머무는 것이 중요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는 시장 변동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성과의 관건은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 침체가 아닌 시기에도 최대 10% 수준의 증시 하락은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락장에서 공포에 휩싸여 섣부르게 시장을 떠나는 것은 결국 증시 성과가 가장 좋은 날을 놓치게 되기 때문에 시장 참여를 지속하는 전략보다 저조한 성과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의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보다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포트폴리오 성과에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원칙을 고수하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레이먼드 청(Raymond Cheng) SC그룹 북아시아지역 최고투자전략가(CIO)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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