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매수 일변도 리포트‥다양한 분석 수용 못하면 '개선 불가'
투자자들 비난과 욕설에 금감원 조사도 부담
"시장 참여자들이 '매도' 의견 받아들일 줄 알아야"
증권가의 매수 일변도 리포트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도 의견 리포트를 발행하면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거래 관계에 있는 증권사와 기업의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매도 또한 매수 의견과 마찬가지로 기업 분석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매수 관행'은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열에 아홉은 '매수'…여전히 '매도' 의견 드물어
13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30개 증권사에서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의 투자의견 '매수' 비율은 평균 9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91.8%) 대비 0.7%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중립' 의견 비율은 8.7%로 지난해 말(8.1%) 대비 0.6%포인트 오르며, '매수' 의견 비율이 소폭 '중립'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매수'가 90%를 웃돌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매도' 의견 비율은 평균 0.13%로 지난해 말(0.13%)과 같았다. 증권사에서 100개의 리포트를 내면 단 1개에서도 '매도' 의견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매도' 의견 비율이 확대된 곳은 다올투자증권, BN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3곳에 불과했다.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을 포함한 25개사는 모두 '매도' 의견이 전혀 없었다.
특히 투자의견이 '매수'로 쏠리는 현상은 중소형사에서 두드러졌다. DS투자증권, 교보증권, 부국증권, 상상인증권, SK증권, 흥국증권 등은 '매수' 비율이 95% 이상이었다. 에스아이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 등 3곳은 '매수'가 100%였다.
반면 올해 1분기 기준 해외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율은 국내 증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외 증권사 12개사의 '매도' 비율은 평균 18%로 맥쿼리증권(61.5%), 메릴린치(23.2%), 노무라증권(22.0%), 모간스탠리(16.8%) 등 이었다.
금감원 개선안은 답보 상태…매수 관행 깨기 위해선 시장이 변해야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은 기업분석 보고서의 '매수' 쏠림 관행을 개선하고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주요 증권사 대표이사와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금감원은 간담회를 통해 "증권사들은 그간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했다"며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해 증권업계가 문제를 인식하고 자정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리포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적극적인 변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감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체계 개선 및 독립 리서치 회사 제도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개선안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여전히 논의 중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매도'를 수용하지 못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현재의 리포트 관행은 바뀌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매도'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한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낸 연구원에게 과격한 반응을 보이며 신변을 위협하는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시장에서 이차전지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인 것에 '매도' 의견을 낸 한 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길가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무엇보다 '매도' 의견도 '매수'와 같은 '분석'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시장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은 '매도' 의견을 기업 가치와 시황 변화에 대해 냉철하게 점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개인, 기관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건전한 투자 문화를 위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포용해야 할 부분은 받아들인다면 해결하지 못 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도 리포트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연구원이 특정 기업의 주가에 부정적인 내용을 내보내면 해당 기업과의 원활한 소통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심지어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도 있다"며 "매도 의견이 투자자들에게는 소신 발언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기업이 연구원에게 기업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 무섭게 접수되는 악성 민원도 건전한 시장 분위기 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금감원 민원이 '사실오인' 또는 '이해 부족' 등으로 종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구원 입장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데, 금감원의 사실조회 요청이 계속된다면 분석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당국 차원에서 해당 민원이 단순 불만인 것은 아닌지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연구원들이 악성 민원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여,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기업 분석에 힘쓸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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