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일리의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4>

조인경 2024. 6.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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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BX 라이팅)는 '브랜딩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산들을 글을 통해 만들고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네이밍을 고민할 때도, 광고나 홍보 문구의 카피라이팅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마치 '글로 된 지도'를 품은 것처럼 모든 브랜드 활동에 나침반이자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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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BX 라이팅)는 '브랜딩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산들을 글을 통해 만들고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네이밍을 고민할 때도, 광고나 홍보 문구의 카피라이팅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마치 '글로 된 지도'를 품은 것처럼 모든 브랜드 활동에 나침반이자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광고 문구나 마이크로 카피는 이제 챗GPT에 맡겨도 되는 시대가 됐다. 이럴 때일수록 브랜드를 둘러싸고 있는 워딩이 혼재되지 않으려면 브랜드의 핵심 뼈대를 이루는 글이 훨씬 중요하다.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글자 수 1062자.

다들 아시다시피 이름을 정한다는 건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수없이 불릴 특정 단어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핵심 이미지와 속성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네이밍은 한 번 결정하면 다른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네이밍 업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상위 기획의 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보통 실제 경과물로 이어지는 상세 기획의 원형이 되는 개념을 상위 기획이라고 합니다. 좋은 콘셉트와 체계를 만들고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들을 찾는 작업이죠. 다들 네이밍 업무라고 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센스로 멋진 이름 후보군을 착착 뽑아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획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까지 파고 내려가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 끝에 탄생합니다. 그러니 네이밍 업무를 한 번 진행하고 나면 기획의 전반을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게 되는 이점이 생기죠.

두 번째는 영향력을 들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내가 만든 이름을 많은 사람이 불러준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저만해도 제가 네이밍한 어느 건물 이름이 택시 호출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장소 10위 안에 선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거나 사용자의 눈과 손에 담기는 장소의 이름을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울 만큼 기쁘더군요. 어렵고 부담되는 작업인 건 확실하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경험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거죠.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제와도 연관되어 있는데요, 네이밍 업무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브랜드 언어를 다루는 역량을 빠른 속도로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BX 라이팅의 많은 부분이 마케팅이나 디자인 활동을 위한 근간과 소스의 역할을 한다면, 네이밍은 그 자체로 전면에 나서 브랜드의 운명을 이끄는 역할을 하므로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의 효과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죠. 때문에 브랜드와 관련한 일을 한다면 한 번쯤은 이 네이밍 업무에 욕심을 내보는 것이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김일리,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 위즈덤하우스, 1만8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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