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오페라 열풍 다시 불까… 올 하반기 ‘투란도트’ 2편 경쟁
국내 역대 최고 티켓가 100만원 등장… 대중화보다는 상업주의 속성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초대형 오페라 ‘투란도트’ 2편이 올 하반기에 잇따라 공연될 예정이다. 10월 12~19일 서울 잠실 KSPO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솔오페라단·케이스포앤코(KSPO&CO)·솔앤뮤직문화산업전문회사가 ‘투란도트’를 선보인 뒤 12월 22~31일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서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도 ‘어게인 2024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린다. 2000년대 경기장 오페라 열풍이 한탕주의로 끝났던 만큼 두 ‘투란도트’는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자아낸다.
푸치니가 작곡한 ‘투란도트’는 냉혹한 투란도트 공주가 결혼 조건으로 수수께끼를 내고 칼라프 왕자가 이를 풀어내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자주 공연되는 작품으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의 아리아가 친숙하다.
이소영 단장의 솔오페라단이 주축인 ‘투란도트’는 세계적인 야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프로덕션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탈리아 출신 거장인 고(故)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것으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제작비는 80억원 규모이며 출연진과 스태프를 모두 합하면 1000명에 달한다. 거장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투란도트 역의 마리아 굴레기나, 칼라프 역의 마틴 뮐레, 류 역의 마리안젤라 시실리아 등 스타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솔오페라단 관계자는 “너비 46m, 높이 18m에 이르는 대형 무대세트를 국내에서 설치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은 KSPO돔(약 1만석)이 유일하다”면서 “올여름 베로나 공연을 마친 뒤 ‘투란도트’의 무대세트와 의상 등이 55개의 컨테이너로 국내에 공수된다”고 설명했다.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의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2003년 상암월드컵경기장 ‘투란도트’ 공연을 주도했던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제목에서 짐작하듯 2003년 경기장 오페라 붐의 출발점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투란도트’의 성공을 다시 한번 구현하겠다는 의도다.
제작비가 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이번 프로덕션은 코엑스 컨벤션센터(약 7000석)에 길이 45m, 높이 17m의 무대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활용해 다채로운 배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이 40년 만에 제작하는 ‘투란도트’의 새 프로덕션 연출을 맡은 다비데 리베모어가 서울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지휘자 파올로 카리냐니와 테너 겸 지휘자 호세 쿠라가 공동으로 지휘를 맡는다. 그리고 투란도트 역의 아스믹 그리고리안,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류 역의 박미혜 등이 캐스팅됐다.
박현준 총감독은 “오페라는 세계적으로 극장 공연은 어려워지고 페스티벌 콘텐츠만 살아남았다”면서 “이번 공연은 일종의 페스티벌이다. 그리고 매년 연말 이런 공연을 올리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두 ‘투란도트’는 스타 캐스팅과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운 만큼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다. KSPO돔의 ‘투란도트’는 최고가 55만원부터 최저가 5만원까지 9단계로 나눠 판매한다. 이에 비해 컨벤션센터의 ‘투란도트’는 100만원, 30만원, 20만원, 15만원으로 책정됐다. 100만원짜리 티켓은 주로 기업 마케팅용으로 활용되긴 하지만 국내 공연 역사상 역대 최고가다. 지금까지 가장 비싼 공연 티켓은 2003년 야외 오페라 ‘아이다’ 60만원, 2012년 야외 오페라 ‘라 보엠’ 57만원, 2018년 플라시도 도밍고 콘서트 55만원, 2003년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 50만원 순이다.
황장원 오페라평론가는 “침체된 국내 오페라 시장에서 대형 이벤트성 공연은 오페라의 대중화를 통한 관객층 확대보다는 상업주의적 속성이 강하다고 본다”면서 “물론 세계적인 성악가의 출연이나 화려한 무대 등 관심을 끄는 부분은 있지만 오페라극장이 아닌 장소에서 오페라 공연에서 중요한 음향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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