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반환보증에 감정가 활용…청약통장 月납입 25만원 상향
이르면 다음 달부터 세입자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 시 기준으로 삼는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과 함께 감정가격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1983년부터 유지 중인 청약통장 월납입금 10만원 인정 한도를 월 25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13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과 3월 진행한 민생토론회 후속으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32개 신규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우선 '126%룰'로 불리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가입 기준을 일부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의 하나로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50% 이내일 때 가능했던 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주택가격(공시가격*140%)의 90%(담보인정비율), 즉 공시가격의 126%로 바꿨다. 주택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경우 종전에는 전세보증금이 1억5000만원 이하일 때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했지만, 기준이 강화되면서 가입 가능 한도가 1억2600만원까지로 줄었다.
이러면서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기존보다 낮춰야 하는 ‘역전세’ 상황에 닥치게 됐다. 실제 서울 빌라의 46%가 2년 전보다 전세 보증금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다방 분석)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토부는 임대인이 공시가격 이의 신청 후 이를 HUG가 인정하면, 반환보증 가입 기준 산정 시 감정평가금액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HUG가 선정한 감정평가회사를 통해 감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2만~3만 가구가량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HUG가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마련 중으로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는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전 사례를 볼 때 반환보증 가입 시 감정가를 활용할 경우 공시가격을 활용할 때보다 주택가격이 높게 책정돼 반환보증가입 가능 금액이 상승할 가능성 높다. 이럴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이 다소 줄게 된다. 임차인의 경우에는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 빌라가 많아지면서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전셋값 상승의 빌미가 된 빌라 전세기피 현상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감정이 이뤄지도록 해 반환보증 가입 가능 한도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청약제도 규제 개선안도 내놓았다. 그동안 민영‧공공주택 중 하나만 청약 가능했던 종전 청약예금·청약저축·청약부금을 모든 주택 유형에 청약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환 시 종전 통장의 기존 납입 실적은 그대로 인정한다. 현재 종전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40만명(10조원)가량이다. 청약통장 월납입금 10만원 인정 한도 역시 그동안 가구소득 상승, 소득공제 한도 등을 고려해 월 25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월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는 것은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청약통장 규제를 개선한 건 최근 청약통장 저축액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최근 청약저축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2년 3개월 새 35조1000억원 줄었다.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을 확대하고, 시중은행이 관리하는 청약부금·예금을 주택도시기금이 관리하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면 기금 조성액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주택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시행한다. 공사비 문제로 착공이 묶여있는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 사업의 경우 공사비 증액 인정 범위를 늘려 사업 정상화를 꾀할 방침이다. 공공택지 조성시 토지 수용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대토보상을 주택 분양권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공공분양 '뉴홈' 나눔형(시세 70% 이하 가격에 분양하고, 주택 처분은 감정가 차익 70%로 공공 환매만 가능)의 경우 수분양자가 거주의무기간 5년 이후에는 사인 간에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거래 불편을 해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최근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종합부동산세·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에 관한 내용은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종부세, 재초환 등 가격 급등기 도입된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부처와 국회 등과 논의를 거쳐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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