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린샤오쥔 "중국 국가 들으면 자부심 느껴…올림픽 계주 금메달 목표"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로 활약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하나씩 따냈던 린샤오쥔(임효준)이 2019년 중국으로 귀화한 뒤 자신의 쇼트트랙 인생과 앞으로의 목표 등을 밝혔다. 임효준은 중국 국가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며 2026 밀리노-코르티나 올림픽에선 계주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선수로 활약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나 이후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28·한국명 임효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통해 중국 대표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올라 금메달을 따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새 조국 중국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는 등 '한국 지우기'에 나서는 듯 한 모습도 전했다.

린샤오쥔은 지난 10일 중국 유력 스포츠지 '티탄저우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귀화 후 느꼈던 감정과 2026 올림픽 목표 등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린샤오쥔은 우선 "중국으로 귀화한 뒤 어떤 느낌이 들었나"란 질문에 "중국에 쇼트트랙 팬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처음엔 내성적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특히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중국 국가를 들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귀화 후 처음 출전한) 2022년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슬펐고 마음이 불편했다"라며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금메달을 따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현재 내 몸 상태는 매년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했다.

실제 린샤오쥔은 중국 대표로 나선 1년 8개월 전 월드컵 때 부상 등으로 개인전 메달 하나 따지 못하는 등 고전했다. 그러나 이후 체력을 되찾고 단거리 500m부터 조금씩 페이스를 회복해 국제대회 메달을 속속 넣었다.

린샤오쥔은 평창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 에이스로 참가, 개막 이튿날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당시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이자 첫 금메달을 안긴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륀샤오쥔은 남자 500m 결승에서도 중국이 자랑하는 스피드레이서 우다징, 당시 같은 한국 대표였던 황대헌에 이어 동메달을 따내면서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린샤오쥔의 운명은 2019년 봄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 황대헌과의 불미스러운 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으면서 180도 바뀌게 된다. 그는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재판을 받는 동안 징계가 상당히 진행 중이었고, 그 기간 중 상심한 나머지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하다가 그대로 귀화했다.

린샤오쥔은 귀화 후 국제 규정에 따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오랜 기간 훈련에만 집중했다.

그러다가 올림픽 다음 시즌인 2022-2023시즌부터 중국 대표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월드컵, 4대륙선수권, 세계선수권 등에 나와 서서히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는 2023년 2월 독일 드레스덴 월드컵에서 남자 5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우승, 2관왕이 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알렸다. 한 달 뒤인 2023년 3월엔 과거 조국이었던 한국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참가,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3-2024시즌엔 기량이 더욱 좋아져 지난 3월 2024 로테르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500m 우승을 일궈내고 남자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 둥 릴레이 두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린샤오쥔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귀화 후 국제대회 개인 종목(남자 500ｍ)에서 처음 우승한 2022-2023시즌 ISU 월드컵 5차 대회를 회상하기도 했다. 린샤오쥔은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뻤다"며 "오랜 기간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많이 났다"고 돌아봤다.

린샤오쥔은 2026년에 열릴 동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계주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1차 목표"라며 "팀원들과 함께 행복한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선수로 출전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남자 1500ｍ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단체전에선 메달을 딴 적이 없다"며 "당시 남자 5000ｍ 계주에서 실수로 넘어져 메달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는데, 2026 올림픽에선 힘을 합쳐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관해선 "은퇴할 때까지 계속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다"며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수술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아서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린샤오쥔은 경기장 밖의 생활에 관해서도 전했다. 그는 "중국에 온 뒤 판다를 좋아하게 됐다"며 "침울한 기분이 들 때마다 판다를 보러 (동물원에) 간다. 팬들을 위해 헬멧 무늬를 판다로 디자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린샤오쥔 등 중국 쇼트트랙은 2024-2025시즌 한국 쇼트트랙과 여러 차례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시즌엔 월드컵과 4대륙선수권, 세계선수권 외에 내년 2월 중국 하얼빈에서 동계아시안게임이 8년 만에 열리기 때문에 금메달을 놓고 두 나라 선수들이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중국 남자대표팀은 린샤오쥔 외에도 평창 올림픽 계주 금메달을 딴 헝가리의 중국계 두 선수, 류샤오앙과 류사올린 산도르를 역시 귀화시켰기 때문에 박지원, 김건희, 장성우 등으로 짜여진 한국 대표팀과 매 레이스 피말리는 승부가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린샤오쥔과 한국 선수들간 경쟁이 시선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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