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끼임 사고' 폐기물 처리업체, 50인 미만 중처법 1호 송치
직원 10명의 폐알루미늄 수거·처리업체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업장 대표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올 1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확대 시행된 이후 50인 미만 사업장이 관련 법 적용을 받은 첫 사례다.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말 부산 기장군의 폐알루미늄 수거·처리업체 A사 대표 한모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씨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30대 근로자 B씨가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를 받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최종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B씨는 지난 1월 31일 오전 9시쯤 집게차로 폐기물을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집게마스트(운반구 상하 이동을 안내하는 가이드레일)와 화물적재함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A사의 상시근로자는 10명으로, 올 초 확대 시행된 중처법을 처음으로 적용받았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처법은 당초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됐지만, 2년 유예를 거쳐 올해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확대 적용 닷새 만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즉각 현장에 달려가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당시 이 장관은 “현장 자체가 협소하고 위험해 보이는데도 안전보건 조치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번 재해는 전형적인 재래형 사고”라며 엄중한 처리를 지시했다.
이후 4개월 가까이 수사를 진행한 부산노동청은 한씨가 중처법에 따른 사고 예방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정하고,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고 이를 반영한 업무 절차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같은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앞으로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 사례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월 27일부터 3월 말까지 총 38곳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77%가 중처법 의무 준수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경영계에서 제기되는 중처법 적용 유예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기준에 맞춰진 중처법을 중소기업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특히 한 사람이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하는 중소기업 특성상 대표가 구속되면 사업장 자체가 폐업기로에 놓이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도 이날 정부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산재 예방에 실효적인 의무 사항만 적용하고 경영방침 설정 등 나머지 규정은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헌법재판소에 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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