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민경배 (9) 유학 중 발견한 한국교회사, 필기로 방대한 자료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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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 시절이던 1961년 5월 어느 날 친구 포치티는 학교에서 나를 보더니 "너의 나라 한국에 군사혁명이 일어나 계엄령이 선포됐었다"고 일러 주었다.
거기서 나는 소중한 한국교회사 관계 자료들을 노트나 카드에 수없이 많이 필기로 기록해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내가 영국에서 귀국할 때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로 경이적인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3분 파동'으로 몹시 힘들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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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짐 싣고 40여일 만에 귀국
초교파 4개 신학대학 연합으로 출범한
연합신대원 초대 교학 주임으로 부임
영국 유학 시절이던 1961년 5월 어느 날 친구 포치티는 학교에서 나를 보더니 “너의 나라 한국에 군사혁명이 일어나 계엄령이 선포됐었다”고 일러 주었다. 나는 재학 중 1등급 학위(First Class Honour)와 마거릿 크리스티 상(Margaret Christie Prize)을 받았다. 거기서 나는 소중한 한국교회사 관계 자료들을 노트나 카드에 수없이 많이 필기로 기록해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당시 자료 복사는 전부 필기였다. 제록스 복사기는 내가 영국 유학 때에는 없었다. 나는 애버딘대학교에서 맥큐엔 교수의 지도와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는 ‘존 녹스의 신앙(The Faith of John Knox)’을 1961년에 간행했다. 그리고 나에게 친필로 서명해 한 권 주었다. “나의 사랑하는 학생이요 친구인 경, 장래 모든 일이 잘되기를 축원하며.” 나는 귀국하고 나서 그 책을 곧 번역해 1964년 9월 기독교서회에서 ‘존 녹스의 생애와 사상’으로 간행할 수 있었다. 나의 첫 출판물이다.
그런데 본국에 계신 아버님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나는 더는 영국에 머물 수 없었다. 1962년 여름 일본 배편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헐(Hull)에 기차로 가서 일본의 1만t급 화물선을 탔다. 책과 짐이 많아서 배를 탈 수밖에 없었다. 선장은 미남자로 제2차 대전 때 일본 제국 해군 잠수함 함장이었던 인물이다. 지브롤터와 수에즈, 인도양, 싱가포르, 대만을 거쳐 40여일 만에 한국 부산에 도착했다.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아들딸이 며칠 기다리다가 만났다. 갓난아기였던 딸은 4살이 되어 컸고 낯도 가리지 않고 아버지라 부르며 나에게 안겼다. 아, 그리웠던 내 가족들!
내가 영국에서 귀국할 때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로 경이적인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3분 파동’으로 몹시 힘들었을 때였다. 설탕 밀가루 시멘트를 유통하던 재벌 기업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세금포탈 및 엄청난 폭리를 취했고 이를 눈감아준 민주공화당 정권이 그 대가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챙긴 사건이다. 아버지의 ‘크라운 잉크’ 사업도 힘들었고 빚이 많았다. 귀국 후 1년 반을 어렵게 지내야 했다. 생활은 아주 핍절했다. 부모님은 결국 캐나다에 딸을 따라 이민 떠나셨다. 1964년 3월에 가서야 나는 연세대학교 교회사 조교수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6·25전쟁 정전협정 이후 세계교회협의회 신학교육기금(TEF·Theological Education Fund)에서는 6·25 직후 한국에서 대학원 차원의 신학교육은 교파별 신학대학별로 하는 것이 무리라고 봤다. 그래서 한 곳에서 교파 연합으로 하게 한다고 해서 그 기금으로 64년 연세대 안에 연합신학대학원을 세우게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한국신학대학교 그리고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이 네 개 신학대학 연합의 대학원 과정이 신설된 것이다. 한국에서의 교파 연합 사업의 찬란한 개가였고 전무후무한 쾌거였다. 초대원장은 구약신학의 거두요 한신계 김정준 박사가, 나는 초대 교학 주임으로, 그리고 각 신학대학에서 파송된 교수들이 각 전문 분야 주임교수를 맡았다. TEF에서는 연합신학대학원 건물 건립 기금까지 제공해 아담한 교사까지 지었다.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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