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훈련에 영적 돌봄까지… 임상목회 배운다

박윤서 2024. 6.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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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목사는 40년간 부목사로 교회사역을 하다 사임한 후 올해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원목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임상목회의 선구자인 안톤 보이슨(Anton Boisen·1876~1965) 목사는 "원목들이 병원 치유 과정에 개입해 영혼 살리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이 병원 실습을 통해 영혼 살리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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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을 시작으로 태동했으나
일반 목회자들 관심 늘고 있어
손중현(오른쪽 세 번째) 노원을지병원 원목이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원목실에서 진행된 임상목회교육 도중 발언하고 있다.


박정희 목사는 40년간 부목사로 교회사역을 하다 사임한 후 올해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원목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평생 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던 박 목사는 감정 표현에 미숙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임상목회교육을 통해 100여 가지의 긍·부정 감정이 적혀 있는 ‘감정 단어 노트’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훈련했다. 박 목사는 “감정을 관리하고 조절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감정도 살피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임상목회교육(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은 목회자의 정체성 확립과 성도 목양을 위한 실천 훈련 교육이다. 이론적 신학 교육에서 벗어나 대인관계 훈련, 환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목회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습하는 것이다.

서구의 임상목회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임상목회의 선구자인 안톤 보이슨(Anton Boisen·1876~1965) 목사는 “원목들이 병원 치유 과정에 개입해 영혼 살리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이 병원 실습을 통해 영혼 살리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전에 정신질환을 겪으면서 환자 치료에 있어서 종교적 영역이 요구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 임상목회 교육은 20년 전에 시작됐으며 원목 가운데 95%가 전문·조직화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병원으로 파송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목을 시작으로 임상목회가 태동했지만 일반 목회를 펼치는 목회자들도 임상목회를 적용할 만하다. 이경희 한국임상목회교육협회 감독은 12일 “임상목회교육이 병원에서 이뤄지는 이유는 목회자가 병원 내에서 수술실 기도, 환자 심방을 하면서 병들고 소외된 자에게 사역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위로·긍휼 사역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특히 나이·직업·국적을 초월해 모인 다양한 환자를 통해 의사소통 대상자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돌봄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임상목회교육 중 진행되는 ‘대화록(축어록)’은 내담자와의 대화를 기록·분석하고 나누면서 선교·목회적으로 어떻게 환자를 바라보고 케어해야 하는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원목실에서 진행된 임상목회교육 현장에서 만난 손중현 노원을지병원 목사는 “병원 실습을 받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묵상해볼 수 있었다”며 “동료들과 생각을 나누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목회자는 목양자인 동시에 상담자임을 깨닫고 환자의 영혼 돌봄이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전통적인 교회 관습은 이론을 강조해 사람들과의 관계적 측면을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며 “성도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며 그들의 심리를 읽을 수 있어야 성도와 목회자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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