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벼랑 끝 중기·자영업…막힌 최저임금 숨통부터 뚫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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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 능력과 생산성 고려한 업종별 유연화 필요
사회 안전망 강화 위해 ‘복지기준선’ 인상 검토를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27.5%가 신용등급 C등급 이하였다. 10곳 중 3곳은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거나 사실상 부도 상태라는 의미다. 중앙일보 어제(6월 12일)자 기획기사 내용이다. 자영업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자영업 폐업률이 10%에 육박하며 최근 1년 새 자영업자 9만4000명이 줄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위기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불황 탓이 크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기본 투입 요소가 다 비싸졌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이후 올해까지 7년간 52.4%나 뛰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수 부진을 이유로 사실상 금리 인하를 주문할 정도로 돈값도 비싸졌다. 그러니 사업이나 장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그렇다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상황도 아니어서 더 답답하다. 제도와 기업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엊그제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98%가 최저임금 인하·동결을, 88%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원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엄살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301만 명에 달한다.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의 경우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장 비율이 30%를 넘는다. 지불 능력과 생산성을 고려해 ‘지킬 수 있는 법’으로 바꿔야 한다.
그동안 당장의 어려움을 피한다고 단기 대증요법에 치중해 온 잘못도 있다. 부실을 방치하면 나중에 고통이 더 커진다. 경제도 우리 몸처럼 신진대사가 잘 돼야 제대로 돌아간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사업체는 살리되, 경쟁력을 잃은 한계 사업장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폐업과 전업(轉業)을 지원하고, 재취업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
책상머리에선 언제나 구조조정이 정답이지만 실제 현장의 구조조정은 36.5도 체온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수반하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전제돼야 현장의 구조조정을 설득할 수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을 보듬는 건 양극화를 막고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통계상 소득 불평등은 개선되고 있다지만 집값 급등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까지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국가 복지사업의 기준선인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으로 올렸다. 복지 기준선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면 내년 추가 인상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기존 복지제도를 활용하는 시장 친화적 정책은 거대 야당의 현금성 복지 포퓰리즘을 억제하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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