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챗GPT로 데스킹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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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전부터 챗GPT 유료 버전을 쓰고 있다.
챗GPT는 기사 제목을 다는 일에는 소질이 없었다.
기사 하나에 3개씩 제목을 뽑고 부제도 만들라고 주문하는데 한 번도 챗GPT가 추천한 제목을 그대로 쓴 적이 없다.
챗GPT가 뽑는 기사 제목이 형편없어도 계속 그 일을 시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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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전부터 챗GPT 유료 버전을 쓰고 있다. 지면 기사에 제목을 달 때 도움을 받으라고 회사에서 지원해줬는데 호기심에 기사 데스킹을 할 때도 이용한다. 챗GPT 창에 문장을 넣고 고쳐보라고 하는 식이다. 예컨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재산 피해가 속출한 후 보상 여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던 보험업계가 보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장을 입력한 뒤 ‘문장 다듬어볼래’라고 했더니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인한 재산 피해에 대해 보상 여부를 검토하던 보험 업계가 보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대답을 내놨다. 사람의 문장은 76자, 인공지능(AI)의 문장은 64자. 뜻이 달라지지 않으면서 문장이 간결해졌다. 나는 챗GPT가 고친 문장의 앞부분과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를 살려낸 조합으로 새 문장을 만들어 기사를 내보냈다. 사람이 쓴 문장에 오류가 없었으므로 챗GPT에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첫 문장을 그대로 내보냈을 것이다.
챗GPT는 주문을 자세히 할수록 효과가 더 좋았다.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콕 집어 수정을 요청하자 더 그럴듯한 답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다듬어봐’ ‘고쳐줘’라고 명령하다 나중에는 ‘○○ 표현이 마음에 안 들어’라고만 해도 의도를 알아차렸다. 챗GPT가 탁월하게 잘하는 일은 계산이었다. ‘25%는 4곳 중 1곳이라고 해. 그럼 13.4%는 몇 곳 중 한 곳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라고 물었더니 ‘13.4%에 가장 근접한 값은 7곳 중 1곳이므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는 답을 내놨다.
챗GPT는 기사 제목을 다는 일에는 소질이 없었다. 기사 전문을 입력하고 제목을 뽑아보라고 할 때마다 밋밋한 제목을 내놨다. 챗GPT에 ‘너는 한국의 종합일간지 경제면의 제목을 만드는 일을 할 것이야’라고 사전교육을 한 뒤 인간 편집자가 작성한 제목을 여러 번 입력해 학습을 시켰는데도 결과는 별로였다. 기사 하나에 3개씩 제목을 뽑고 부제도 만들라고 주문하는데 한 번도 챗GPT가 추천한 제목을 그대로 쓴 적이 없다. 최근 국민일보 편집부 기자 2명은 ‘흐드러진 벚꽃, 흐트러진 시민의식’ ‘‘敗’ 감춘 한화’ 제목으로 한국편집기자협회 이달의 편집상을 받았다. 경험으로 봤을 때 챗GPT는 절대로 이런 제목을 뽑을 수 없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개발될 것이라는 주장도 헛소리처럼 느껴진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믿기 어렵다. 창작의 영역에서 인간은 한동안 AI에 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챗GPT 사용 시간은 늘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모르겠는 문장을 만나거나 진부한 표현이 들어 있는 문장을 만났을 때 AI에 처리를 맡겨본다. 늘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는 건 아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대안이 한두 가지 더 생긴다는 건 업무에 적지 않은 도움이다. 챗GPT가 뽑는 기사 제목이 형편없어도 계속 그 일을 시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지만 AI가 생산한 표현 일부는 굳어 있는 사고를 깨우거나 좁은 어휘력 범위를 넓혀 줄 때가 있다. 인간 한 명의 능력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비서’로서 매달 22달러(유료 이용 가격)가 아깝지 않다. 국내에서 300만명이 넘었다는 챗GPT 이용자들도 이런 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코딩이나 자기소개서 작성 등에서 챗GPT를 사용했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AI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내고 훈련시켜 활용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 같다.
권기석 경제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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