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곤경에 처한 제주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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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무더위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벌써 예고하고 있다.
국내 관광객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달콤함에 취해 제주도 물가는 턱없이 올라갔다.
여름 휴가지 만족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였던 제주도는 부산 강원 전남 등에 밀려 4위로 추락했다.
관광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도에서는 관광객 수가 경기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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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무더위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벌써 예고하고 있다. 과거 여름 휴가지로는 제주도가 손꼽혔다. 몇몇 여행 전문 기관 조사에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까지 국내 여름 휴가 여행지 종합 만족도 조사에서 2, 3위를 월등한 점수 차로 따돌렸다. 4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코로나19 때에도 제주도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관광 수요가 제주로 몰렸고 2022년 한 해에만 내국인 1380만명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의 60%가량을 차지하던 중국인 여행객이 급감했지만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대체지로 주목받은 데 따른 것이다.
국내 관광객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달콤함에 취해 제주도 물가는 턱없이 올라갔다. 당연히 내국인들의 마음이 멀어져 갔다. ‘제주도 갈 비용이면 해외 가겠다’는 말이 나왔다. 빈말이 아니었다. 여행 수요는 크게 늘었는데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은 급감했다. 대부분 역대급 ‘엔저(低) 현상’ 등으로 가성비 높은 일본이나 동남아 등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인 6~8월 해외숙소 예약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필리핀, 베트남의 예약 건수가 각각 3.1배, 3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여행에 대한 단순한 보복소비를 넘어 제주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제주 관광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관광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제주 여행의 큰손인 중국인들 역시 기존 단체관광에서 MZ세대 중심의 개별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단체관광 중심의 쇼핑이나 인기 명소 중심의 여행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맛집 투어, 지역 관광 등 로컬 체험 중심의 관광이 대세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쇼핑 관광, 무료 관광지 등 구태에 얽매여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제주 관광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여름 휴가지 만족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였던 제주도는 부산 강원 전남 등에 밀려 4위로 추락했다. 먹거리와 쉴거리 점수가 낮아졌고 물가와 상도의 평가가 전국 최하위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제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도 바가지와 불친절 서비스 경험담이 온라인이나 미디어에 심심찮게 올랐다. 흑돼지 비계 삼겹살 논란에 이어 통갈치 요리 16만원, 2박3일 ‘폭탄 전기료’ 36만원 등 제주 물가 관련 부정적인 글이 잇따랐다. ‘불판 닦는 용도로 보이는 걸 먹으라고 주네’ ‘이 정도면 제주도 오지 말라고 협박하는 수준’ ‘제주도에 비계 식문화가 있듯 주거 문화가 따로 있나’ 등 곱지 않은 반응을 피할 수 없었다.
관광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도에서는 관광객 수가 경기와 직결된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율이 높아지고 1인당 씀씀이도 줄었다. 소비도, 생산도, 고용도 모조리 뒷걸음치면서 지난해 제주지역 생산·소비·고용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했다.
이러한 위기에 제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나섰다. 비싼 물가에 대해 다양한 조사를 근거로 설명회를 열고 항변하고 ‘제주관광 대혁신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냉혹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번 등을 돌린 관광객의 마음을 다시 얻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캠페인이나 자정 결의도 필요하지만 형식적인 외침만으로는 ‘도루묵’이다. 더 낮은 자세로 정직하고 진솔하게 환대하는 모습이 옛 명성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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