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FTA 20년만에 확 달라진 한국 농업의 명암
2004년 4월 1일 한국과 칠레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FTA 체제 20주년만인 올해 기준으로 한국은 이제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했다. 세계 3위 수준으로 ‘경제 영토’가 크게 확장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농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FTA는 한·미 FTA이고, 다음으로 한·유럽연합(EU) FTA였다. 한·중 FTA는 당초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우려했으나 농업 부문 시장개방률이 63.9%였다. 미국(97.9%)·EU(96.3%)·호주(88.2%)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결정돼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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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칠레 FTA 등 경제영토 대확장
축산업은 경쟁력 향상, 쌀은 과잉
소비구조 변화 따른 농정 혁신을
」
한·미 FTA는 축산과 과수 산업에, 한·EU FTA는 주로 축산업에 영향을 크게 줬다. 이에 따라 한·미 FTA 국내 보완대책으로 축산업과 과수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 높이기와 농가의 경영 안정 및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이 수립됐다. 한·EU FTA 대책은 축산업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뒀다.
FTA 발효에 따른 영향은 수입 증가다. 관세 인하로 수입 단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수입량 증가의 영향은 국내외 수급 환경 및 소비 트렌드 변화, 국내 지원정책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한우·돼지 등 축산업의 경우 FTA의 영향으로 축산물 수입량이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축산 농가의 자체 노력과 정부의 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규모화와 생산성이 향상됐다. 국민 소득 증가에 따라 국내 육류 수요가 많이 증가하면서 축산업 전체가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암소 개량 사업과 씨수소 형질 보급 사업, 한돈 브랜드 개발 등 적극적인 품종 개량과 홍보 노력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켜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늘어났다.
포도·감귤은 FTA 체결로 직접적인 수입대체가 발생해 생산면적이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신품종 개발 및 품질 향상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고, 수입산 과일과 경쟁하며 농가소득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귤의 경우 생산량 조정만이 아니라, 한라봉·천혜향 등 신품종을 개발·보급했다. 출하 시기도 조절해 소비자 만족도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 성과를 냈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어려움이 많지만, 품질 차별화를 통해 수입산 과일과 경쟁하고 있다. 딸기는 설향(사진) 등 국내 개발 품종이 일본 품종을 대체하고 수출 품목으로 성장하는 성과도 보였다.
사과와 배는 식물 검역으로 인해 수입되지 않고 있다. 설과 추석 등 큰 명절마다 수요가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품목이다. 따라서 다른 수입 과일과의 경쟁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아 재배 면적 변화가 크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이상 기후의 영향 등으로 사과 생산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등 국민의 장바구니 물가 측면에서 ‘금 사과’ 논란이 벌어졌을 정도로 심각한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사과 수입 개방 여론도 제기됐다. 시장이 보호되다 보니 농가에서 품종 및 품질 개량, 재배 관리 등을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요컨대 지난 20년간 FTA 확대에 따른 한국 농업의 부문별 명암이 뚜렷하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농가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했고, 이 위기를 각기 다른 노력과 방법으로 극복해왔다. FTA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다수 소비자는 낮은 가격에 상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품질과 다양한 상품을 소비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해당 생산자들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 등이 잘 결합해 당초 우려와 달리 시장 개방에 따른 어려움을 나름 잘 극복해오고 있다. 이제는 개방에 따른 피해 보전 위주의 농업 정책 틀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식생활과 소비 구조의 변화에 따라 쌀은 과잉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우 산업은 경쟁력을 키우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앞으로는 생산 부문뿐 아니라 소비구조 변화, 품종 개량, 경영 혁신, 정책 지원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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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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