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교육교부금 유연하게 쓸 수 있게 제도 바꿔야
중앙정부서 지원하는 교부금
세수 일정 비율 기계적 배분
학생 수는 주는데 그 금액은
갈수록 급증하는 아이러니
매년 교육청 못쓴 돈 7조 넘어
교부금 액수, 학령인구 수와
연동해 산정하고 저출산 물론
대학교육용으로도 쓰게 해야
초중고교 학생들의 공교육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될까. 초중등 교육에 대한 지출은 시·도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다. 그 재원은 교육청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금액으로 마련된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금액도 있지만, 교육청 수입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교육청이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금액인 교육교부금은 전체 교육청 재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교육교부금 규모는 어떻게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아마도 교육청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의 수요를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초중고교 학생 수가 증가하여 교육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교부금도 증가하고 반대로 학생 수가 감소하면 교부금도 감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학생 수 외에도 교육서비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추가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교부금 규모는 교육서비스 수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 조세수입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배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제도하에서는 경제 규모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교육교부금도 증가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학령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3년 533만5000명인 학령인구는 2032년 362만9000명으로 31.9%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정한 교육교부금 규모는 같은 기간 동안 64조4000억원에서 110조3000억원으로 7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이 향후 10년간 약 3배 정도 증가하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교부금 규모가 증가하다 보니 나랏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다 쓰지 못하고 이월·불용한 예산이 7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교육청들이 남아도는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등 방만한 예산 집행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연금을 포함한 복지지출이 확대되며 국가재정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은 돈 쓸 곳을 못 찾아서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직적인 제도하에서는 국가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될 수밖에 없다.
향후 정부와 국회는 교육교부금의 산정 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내국세 연동 방식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학령인구 수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재정개혁을 통해 정부의 조세수입을 저출산 대응, 지방소멸, 노인 복지 등의 분야에도 유연하게 배분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초중등 교육으로 제한된 교육교부금의 용도를 대학 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대학들은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초중고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약 1.4배에 달하지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다른 선진국 대비 극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는 2023년 기준 교육재정의 약 13%에 불과하며, 고등교육 1인당 지출액이 초중등보다 낮은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콜롬비아, 그리스와 한국 외에는 없다고 한다. 교육재정의 비효율적인 배분은 미래 혁신 인재 양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교육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교육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미래인재 양성 등 국가적인 중장기 과제 해결에도 중요한 이바지를 할 수 있다. 어려운 국가재정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는데 여야가 따로 있겠는가.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하루빨리 관련 법 개정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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