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의 속풀이처방] 회개란 무엇인가

2024. 6. 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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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상담하면서 신앙적 언어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으로 인해 신앙생활을 즐거움이 아니라 짐으로 느끼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심지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병적인 신앙관이 신자들을 병들게 하고 있어서 지면을 빌려 도움을 드릴까 한다.

회개인가, 연극인가

회개란 무엇인가? 교회에서는 회개하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외치면서 회개하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겁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약시대에 회개하는 사람들은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옷을 찢는 등의 외적 행위로 자기가 회개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주었다. 지금도 자기 몸을 때리는 등의 행위를 진정한 회개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 바다와도 비슷한 사람의 마음
강요한다고 깨끗해지지 않아
부끄러움 갖는 정도는 좋으나
수치·죄책·자학 빠져서는 곤란

김지윤 기자

그런데 외적인 회개 행위는 종교적 연출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과도하게 하는 경우일수록 그 기간은 더 짧아진다. 이들은 그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자기만족을 하기 위해 일회적이고 외적인 행위에 집착하기에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연극성 성격장애자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삶의 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학적 신앙관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바다의 쓰레기를 다 없앨 수 있을까

회개는 개과천선하듯이 자기 마음을 완전히 정화하는 것,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종교인들도 많다. 이런 종교인들은 자기는 마음이 맑은 사람인 양 연출을 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항아리 물처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바다는 오염물질과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이 버려서 바다가 오염된 것인데 이런 현상은 마음도 비슷하다. 인간의 마음은 의식, 그리고 바다와 같은 무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의 정보들은 일단 의식에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의식에서 버려진 것들이 가는 곳이 바로 무의식이라는 바다이다.

기도나 명상을 할 때나 중요한 순간에 불쾌하거나 불순한 잡스러운 생각들이 불현듯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무의식에 버려진 쓰레기 같은 생각들이 떠올라서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다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바다의 쓰레기를 혼자서 다 없애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일종의 유아적 전능감에서 비롯된 망상이다.

신자들에게 깨끗한 마음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종교인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강박증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심리적으로 결벽증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들이 보여주는 외적인 모습에 홀리지 말고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회개는 자기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종교인들도 많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 왜 아무 생각이 없느냐, 왜 달라지지 않느냐며 야단치는 종교인들. 이들은 사람들이 자기 앞에서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가학성애자들이다.

마음 강제로 바꾸려다 걸린 강박증

사람의 마음은 기도하면 변화하는가? 산에 올라가서 도를 닦으면 달라지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몸은 열심히 노력하면 변화가 생기지만 마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과천선했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사람들이 후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또한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강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바뀌지 않는 자신을 미워하다가 종교적 우울증에 걸리거나, 다른 사람들은 다 구원받아도 자기는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다고 울어대는 구원 불안증에 시달린다. 심지어 지옥불에 던져지는 종교적 망상에 빠지기도 하고, 사이비 교주처럼 자기가 신이 되었다고 하면서 추종자들을 속이는 종교사기꾼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변화하라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종교인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신자들에게 회개를 강요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난하게 살 것을 요구하면서 주님께 헌금을 더 바치라고 강요하며, 삶에 쫓기는 이들에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겁박하는 종교인들. 이렇게 회개를 강요하는 종교인들을 종교적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이들은 교회 밖의 삶을 알지도 못하면서 종교적 갑질을 일삼는데, 가장 바람직한 삶을 사는 척하면서 선민의식을 가진다. 이들은 신자들을 회개 강박증이란 신경증적 증세에 시달리게 한다.

회개란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갖는 것, 딱 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부끄러움이 지나쳐서 수치심, 심한 죄책감을 가지게 되면 자기가 자기를 처벌하는 자학적 신앙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화폐에도 양화와 악화가 있듯이 종교인들도 좋은 멘토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잘 식별하지 않으면 신앙생활을 한다면서 병적인 삶으로 빠질지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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