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북전단, 방관만이 답인가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12월 단독으로 의결한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은 3년도 안 돼 휴짓조각이 됐다. “대북 전단 살포시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이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지난해 9월 위헌으로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였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됐던 재판관 3명도 뜻을 함께하면서 2년을 넘게 끌었던 지루했던 논쟁은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아 대북전단 논쟁이 부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하자, 국내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으로 맞대응하는 식의 ‘풍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우선 접경지역 주민들이 북한이 고사총을 쏘며 대북전단에 맞대응한 2014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전단 살포를 막아달라”는 여론이 상당하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도 지난 11일 “표현의 자유를 믿는다”면서도 “긴장을 고조시킬 게 아니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대북전단 살포에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고민하는 게 상식이다. 주무를 맡은 통일부는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해 접근하고 있다”는 원론만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오물풍선을 단순히 날리는 정도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연결 짓기는 무리다. 전단살포를 제지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오물풍선에 승용차 앞유리가 박살 나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직무집행법(5조)을 통해 경찰관이 개입할 정도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방관에 가깝다.
방관하기보단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관리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헌재의 위헌 결정문에도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형벌권 행사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대응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는 내용이 담겼다. 법을 동원해 민간의 전단 살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게 과도하다고 지적했을 뿐, 전단 살포를 방관하라고 권장하진 않았다.
실제 대북전단 금지법에 반대했던 이들 사이에서도 마구잡이식 전단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온다. 이런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 생각부터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불안해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킬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 정도 세심함은 갖춰야 비상 걸린 대통령 지지율도 반등하지 않을까.
한영익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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