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백두산 그림은 백두산 부대에…

권혁재 2024. 6. 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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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중국인 3세 작가 주훈…그가 작품을 내놓은 큰 뜻은?


권혁재의 사람사진/ 주훈

“주훈(Zhu Xun) 작가가 백두산 그림을 백두산 부대에 기증한답니다.
4X2m 크기 그림을 직접 봤는데 소름 돋더군요.”
지인의 전화 제보에 궁금증이 일었다.
이는 주훈은 누구며, 왜 그림을 기증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아울러 그 그림을 실물로 보고 싶은 맘도 일었다.

우선 주훈(ZhuXun) 작가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노신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중국 국가 1급 미술사였다.
그의 작품이 중국 기념 우표 도안으로 사용된 바도 있었다.
더욱이 그는 한국계 중국인 3세였다.

그림도 볼 겸, 그의 입으로 기증 계기를 듣고자 백두산 부대를 찾았다.
그림은 누구나 오가며 볼 수 있는 복도에 걸려있었다.

주훈 작가는 ″예술엔 국경이나 민족적 한계가 없다″라고 했다. 결국 이는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의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기증 후 처음 본 그림 앞에서 한참 상념에 잠겼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 그림은 어차피 내 그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우리 민족의 성산이며 원천이니 야심 차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이 그림이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처음 것은 찢어 버리고 다시 그린 그림인데 제 맘에 찹니다.
아무리 제 맘에 차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의미로 존재할 곳에 기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증 의미를 듣고 보니 지난 4월 서울 인사동에서의 전시가 겹쳐졌다.
전시 제목은 ‘Beyond Horizons: 지평선 너머’ 였다.
그 제목은 예술적, 지리적, 문화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그의 의지였다.
이는 결국 그가 가진 국경, 민족의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그에게 이 기증이 경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와 통하는지 물었다.

주훈 작가는 백두산을 그리려 80여 차례 올랐다. 그렇게 올라서 그가 그리려 했던 건 백두산의 아름다움, 위용이 아니라 의미였다. 사진 주훈 제공


“맞습니다. 제 뿌리가 그렇듯 우리 민족의 근원이 백두산이지 않습니까?
그간 본 백두산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제가 백두산을 80여 차례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두산이 가진 그 의미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그리기로 한 겁니다. 그 경계를 넘어선 의미를… ”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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