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31) 청산도 절로 절로
2024. 6. 13. 00:18
청산도 절로 절로
김인후(1510∼1560)
청산도 절로 절로 녹수도 절로 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절로
-병와가곡집
자연 속에 늙고 싶다
이 시조는 모두 44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0자가 ‘절로 절로’라는 단어가 되풀이되어 어감이 좋고 리듬을 잘 살리고 있다. 우리말 ‘ㄹ’ 소리의 음악성이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해동가요에는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하서집(河西集)에 “청산자연자연(靑山自然自然) 녹수자연자연(綠水自然自然) 산자연자연(山自然自然) 수자연자연(水自然自然) 산수간(山水間) 아자연자연(我自然自然)”이라는 한역가가 실려 있으니 김인후(金麟厚)의 작품이라고 하겠다. 유명인 두 명이 작자로 거론될 정도로 널리 불린 시조였다.
김인후는 성균관에 들어가 이황과 함께 학문을 닦았다. 을사사화 후에는 병을 이유로 고향 장성으로 내려가 자연을 벗삼아 지내며, 성리학 연구에 정진하였다.
어느새 여름이다. 해마다 최고기록을 경신할 것이라 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선인이 남긴 자연 친화의 노래를 읊으며 더위를 견디는 것도 피서의 시적 방법이 되지 않을까?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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