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잘 지내”…이중섭 미공개 편지화 3점 첫선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져야 했던 화가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생전 1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중섭은 글과 더불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재회에 대한 열망을 그림으로 담았고, 이런 그의 편지는 오늘날 ‘편지화’라 불린다. 13일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전시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12월 29일까지, 유료)에서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 3점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신사임당부터 김환기까지 유명 작가 15명의 작품 40여 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소장품 전시의 일환이다.
전시작은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의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통의 편지 중 일부다. 이중섭이 큰아들 태현에게 보낸 편지 1장과 삽화 편지 2장으로,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절절히 담겼다. 이중섭은 “아빠는 건강하게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썼고, 삽화에는 잠바를 입고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과 두 아들이 아내 야마모토 양쪽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편지 봉투에 적힌 날짜로 1954년 10월 28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전시장엔 이중섭이 아내에게 결혼 전 보냈던 엽서화 6점도 함께 걸렸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화면에 담긴 자유로운 남녀의 모습을 담은 그림 ‘사랑의 열매를 그대에게’(1941) 등이 ‘로맨티시스트’ 이중섭의 면모를 드러낸다.
서울미술관과 이중섭의 인연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서울미술관을 설립한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은 1983년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 비를 피하고자 섰던 명동성당 근처 액자 가게 앞에서 그림 한 점에 매료됐다. 이중섭의 ‘황소’였다. 그날 종이에 인쇄된 복제품 ‘황소’ 그림을 산 그는 “언젠가 내가 진짜 그림을 사겠다”고 다짐했고 2010년 이중섭의 유화 ‘황소’(1953) 원작을 35억6000만원에 구입했다.
또 30년간 수집해온 한국 근현대 작가의 대표작 등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2012년 서울미술관을 개관했다.
이번 전시엔 이중섭 작품 외에도 신사임당의 초충도, 추사 김정희의 행서 대련 등 조선시대 미술부터 김기창·김환기·이우환·정상화 등 한국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나왔다.
이 중에서도 이우환의 대형 작품 ‘대화’(2020)는 그동안 흔히 볼 수 없던 것으로 특히 눈길을 끈다. ‘대화’는 관람객이 명상하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번에 특별히 조성된 ‘무한의 공간’에서 선보인다.
이 밖에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과 정상화의 ‘무제’ 연작, 이우환의 ‘바람’, 서세옥의 ‘사람들’, 김창열의 ‘회귀’ 등이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한 공간에 전시됐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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