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가장 안정된 호남서 강진, 미확인 단층 움직였을수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12일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4.8이었다. 전북 지역 주민들이 느낀 진동은 진도 5 수준이다. 규모는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측정해 나타낸 지진의 크기를, 진도는 지진파로 인해 특정 지점이 흔들리는 정도를 말한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이나 유리창 등이 깨지는 수준이다. 본진에 이어 오후 6시까지 17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최소 일주일가량은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진은 땅속에 누적된 응력(에너지)이 급격하게 방출되며 지각이 변동하면서 발생한다. 지각 변동으로 단층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진동과 충격파로 인해 땅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번 지진은 올해 발생한 지진 중에는 최대 규모다. 또 전북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1978년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 발생지 반경 50㎞ 이내에선 지난 46년 동안 40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75%인 30차례가 규모 2~3이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북동-남서 또는 남동-북서 방향으로 이어진 단층이 수평하게 이동하며 발생한 ‘주향이동단층’ 운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단층이 위아래로 이동하지 않고 단층면의 수평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북 지역의 단층 정보가 부족해 이번 지진을 어떤 단층이 일으켰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날 “이번 지진이 발생지를 지나는 ‘함열단층’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함열단층은 부여 분지의 남동쪽 경계를 이루는 단층으로, 충남 부여군에서 전북 부안군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근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상황대응팀장은 “지진 발생지와 (함열)단층 위치가 겹친다는 점에서 유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한반도에서도 최대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간 호남 지역은 지진 안전지대로 불린 한반도 내에서도 가장 안정된 지질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단층 조사가 활발하지 않았다. 홍태경(지구시스템과학) 연세대 교수는 “이번 지진 발생지 인근에서 관측된 지진동(지반의 흔들림)이 0.15g(중력가속도의 15% 수준) 정도인데, 원자력발전소 내진 설계 기준이 0.3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진동”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지진 연구는 일천하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이후 정부의 단층 조사가 겨우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한반도 단층 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사업에 따라 현재 영남권에 대한 1단계 조사를 마쳤고, 수도권·충청권 대상의 2단계 조사가 진행 중이다. 3단계(호남권)와 4단계(강원권)까지 완료되는 예정 시점은 2036년이다.
김영석(환경지질과학) 부경대 교수는 “(이번과 같은) 규모 4.8 정도 지진은 우리나라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단층이 있는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큰 지진이 날 수 있어 지질 연구와 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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