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면서도 이상한

윤정훈 2024. 6.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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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가 삶을 연출하는 법.
‘California, Too’(2024)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의 사진을 보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일렁인다. 캘리포니아 해변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 이미지는 철저히 연출된 결과물이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알렉스 프레거는 사진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시네마틱 분위기의 사진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읽어내려 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알렉스의 사진이 영화 속 한 장면을 캡처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미국의 전형적인 도시 풍경을 연출한 스튜디오에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스태프를 동원한 다음, 캐릭터에 맞게 분장한 배우들을 모아 “액션!”을 외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과도한 헤어와 의상, 극적인 표정과 몸짓, 화려한 색채 등으로 고조된 일상은 낯설다 못해 초현실적이다. “내가 나고 자란 로스앤젤레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파란 하늘과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들이 있는 풍경이지만 이내 으스스함과 단조로움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많은 사람이 삶을 바꾸거나 자신이 아닌 것이 되기 위해 이곳에 오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어두운 요소들이 공존하는, 완벽하지만 이상한 그림이죠. 로스앤젤레스를 더욱 감동적으로 만들어준달까요.” 아름다움과 완벽함 아래 깔린 불안과 초조. 비단 로스앤젤레스나 그의 작품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인생을 한 편의 연극에 빗대었듯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견디며 타인 틈에서 연기 아닌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니체가 예술의 역할이 삶의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알렉스의 멜로드라마엔 모순을 인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알렉스 프레거의 〈웨스턴 메카닉스 Western Mechanics〉는 6월 22일까지, 리만 머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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