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고 잘 뛰네

천일홍 2024. 6.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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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달리기 챔피언 로런 플레시먼의 뜨거운 고백
Ready, Set, Go!
체육 시간 달리기에서 매번 1등을 차지했던 소녀의 세상엔 성별에 따른 실력의 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남자아이가 자신을 거뜬히 따라잡고 1등을 차지한 어느 날 소녀의 세상은 무너진다. 능력 차이는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던 소녀의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다. “사춘기는 여자애들이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이에요.”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챔피언 이력을 가진 장거리달리기 선수 중 한 명인 로런 플레시먼의 이 회고록은 뜨겁고도 비장하다. 사춘기가 찾아오고 2차 성징이 시작되면 여성과 남성의 운동 수행 능력의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는데, 이 시기부터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몸을 더 부드럽게 만들고 체지방과 체액을 더 많이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순위로 말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여성 선수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2차 성징, 그러니까 몸에 꼭 필요한 지방까지 억지로 덜어내며 탄탄하지만 삐쩍 마른 몸을 만든다. 여성의 신체적 특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선수가 양성되는,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은 결국 여성 선수를 교묘하게 배제하고 착취한다고 말한다. 시대 착오적이지만 그렇다고 차마 거부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로런 플레시먼이 선수가 된 이후에도 달라질 건 없었다. 프로 선수로 나이키의 후원을 받아 커머셜 광고를 찍었지만 선수가 아닌 모델로서 성 상품화됐으며, 그마저도 몇 년 뒤 임신을 이유로 후원에서 배제된다. 의지하고 본받을 이 없이 홀로 불공평에 저항하며 스스로 롤모델이 되기로 자처한 그는 외면당한 여성 선수의 현실을 맹렬하게 꼬집으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저 소녀들이 나보다 자유로워지기를 바랐다.” 자신을 뒤따르는 후배들에게 새날을 선물하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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