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1.4조 폭탄에…SK의 운명은? [스페셜리포트]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인 SK그룹이 뜻밖 암초를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법원 판결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결과가 그룹 지배구조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최 회장 개인 송사로 SK그룹 사업 재편·자본 조달 등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재계와 시장은 우려한다. SK그룹은 주력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설비 투자에 쏟고 있어 곳간(잉여현금흐름·FCF)에 좀처럼 돈이 쌓이지 않는 구조다. SK텔레콤 등 몇 곳을 제외한 SK그룹 대부분 계열사는 기업 여윳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이 수년째 마이너스다. 전기차와 수소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사업도 막대한 설비 투자 사이클에 노출돼 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최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고려가 이뤄질 수밖에 없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또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충돌 우려도 커졌다. 과거 ‘소버린 사태’ 트라우마가 짙은 SK그룹 입장에선 잠재적 경영권 분쟁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 확대는 당분간 거론조차 힘들게 됐다.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SK그룹 지배구조는 격랑 속으로 빨려들 전망이다.
재산 대부분 주식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K그룹에 또 다른 악재가 덮쳤다. 1심을 정면으로 뒤집은 판결에 SK그룹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재산 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도 뒤집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봤다. 두 사람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본 재판부는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재판부는 1조원 넘는 재산 분할 액수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당혹감이 역력하다. 판결 확정 땐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현금으로 이 정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난제 중 난제다. 분할할 만한 재산이 주식 외에는 많지 않아 최 회장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1조원 넘는 현금 마련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유 지분 매각, 배당 증액, 주식담보대출 등을 선택지에 올려둘 수밖에 없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재산은 ▲SK㈜ 주식 1297만여주 ▲SK실트론 주식 1970만여주 ▲40여억원 상당 계열사 주식 ▲배당금 포함 2000여억원대 현금 등이다. 대부분 재산을 주식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보유 지분은 SK㈜, SK텔레콤, SK스퀘어, SK디스커버리(보통주·우선주), SK케미칼(우선주) 등이다. SK㈜ 지분 가치는 최근 종가 기준 2조2000억원 안팎, 비상장 주식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7000억원대로 각각 추산된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SK실트론 주식을 최우선 매각하되 부족분을 충당하려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SK㈜ 주식 일부를 우호 세력에게 팔 가능성이 있다.
우선, 최 회장 보유 주식 대부분은 지주사 SK㈜다. 지난 1분기 기준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7%다. 최 회장 SK㈜ 지분율은 해마다 하락했다. 그는 2018년 11월 SK㈜ 주식 329만주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등 친인척 포함 특수관계인에게 증여했다. 과거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경영권을 노린 ‘소버린 사태’ 때 도움을 준 친족에 대한 감사 표시 차원이었다. 최 회장 SK㈜ 보유 주식 수는 1646만5472주에서 1297만5472주로, 지분율은 23.4%에서 17.7%로 각각 떨어졌다.
최 회장 보유 SK㈜ 지분가치는 약 2조원 초반대다. SK㈜ 주가는 2020년 1월 29일 최고점(장중 36만500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항소심 선고와 맞물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최근 주가는 16만원 선에 머무른다.
최 회장은 SK케미칼 우선주도 3.2%가량 갖고 있다. 그가 보유한 SK그룹 계열사 주식 가운데 지주사 다음으로 많다. 2021년 10월 SK케미칼 무상증자로 최 회장이 보유한 우선주는 4만5314주에서 6만7971주로 늘었다. 이때 지분율도 3.1%에서 3.2%로 소폭 올라갔다. 보통주는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2018년 SK디스커버리가 실시한 SK케미칼 주식 공개매수 청약에 참여해 보유 주식(6141주)을 모두 넘겼다. 이외 SK디스커버리 우선주도 3.1% 정도 보유했다.
SK㈜와 SK케미칼 우선주, SK디스커버리 우선주 등을 제외하면 최 회장이 유의미하게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은 거의 없다. 나머지 계열사 지분율은 0%대에 불과하다.
양도세 등 제외하면 순현금 ‘뚝’
3심까지 최소 1~2년 소요되겠지만 최 회장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현금 확보 플랜을 구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버린 사태’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SK그룹은 최 회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금 마련에 나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배력 훼손 우려로 지주사 지분 매각이 선택지로 검토될 가능성은 낮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을 매각 선택지에 올려둔 가운데 부족분을 SK㈜ 담보대출과 배당 등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매각 가능한 지분은 비상장 주식 SK실트론 지분 정도라는 진단이다. 2017년 SK㈜와 최 회장은 LG실트론 지분을 각각 71.6%, 29.4% 인수해 회사 이름을 SK실트론으로 바꿨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가치를 7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SK실트론은 올해 1분기 매출 4762억원, 영업이익 417억원을 기록한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다.
최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SK실트론 주식 29.4%를 갖고 있다. TRS는 특정 자산을 직접 매입할 수 없는 투자자를 대신해 증권사가 기초자산을 매입하지만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일종의 파생상품계약이다. TRS 기초자산의 형식적인 소유권은 거래 과정에서 증권사가 차린 특수목적법인(SPC)이 갖지만, 실질적인 소유자는 투자자다. 2017년 TRS 계약 당시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 29.4%를 사들이는 데 2535억원가량 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취득을 사익 편취로 봤지만 최 회장과 SK는 공정위와 행정소송에서 이겼다.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급하게 현금화할 경우 제값을 받고 팔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라는 업종 특성상 잠재 매수자는 제한적이다. 매수자 측이 최 회장 보유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SK㈜가 과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은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매수자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어서다. 달리 말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비싼 값에 팔기 쉽지 않단 의미다.
우여곡절 끝에 매각해도 세금이 복병이다. 현행법상 대주주는 3억원 이상 주식 양도 차익에 27.5%(양도소득세 25%·지방소득세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SK실트론 지분 가치를 7000억원으로 추산할 경우 세금으로만 1220억여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면서 금융기관이 차린 SPC에 SK㈜ 주식 4.3% 정도를 질권 설정했다.
질권 설정은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 채무자에게 담보물권을 받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인 TRS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지만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매각하려면 질권 설정부터 풀어야 한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최 회장이 SPC에 질권 설정한 만큼 현금을 지급하거나 SK㈜ 주식을 줘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7000억원에 매각하더라도 질권 설정을 해제하고 세금을 내고 나면 그가 손에 쥐는 순현금은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비과세 배당 늘릴까
이자, 세금 등 재원 마련 험로
현금 마련의 또 다른 구심점은 지주사 SK㈜다. 최 회장이 계열사에 받는 배당수익 대부분이 SK㈜에서 나온다. SK㈜ 주당 현금 배당금은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5000원으로 그가 가진 계열사 주식 가운데 가장 많다. 최 회장은 SK㈜에 2020년 908억원, 2021년 1038억원, 2022~2023년 각각 649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나머지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부족분을 SK㈜ 담보대출로 일부 충당할 수 있지만 속 시원한 선택지는 아니다. 특히, 질권 설정 등 이미 깔고 앉은 SK㈜ 담보대출이 적지 않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가운데 담보가 없는 지분은 약 8%(약 9600억원)에 불과하다. 최 회장이 확보 가능한 순현금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12일 SK㈜ 주식 약 5.5%를 담보로 4895억원을 대출받았다. 잔여 지분 12.3% 가운데 4.3%도 SK실트론 TRS 계약을 위한 질권 설정에 쓰였다. 이미 담보로 잡혔거나 질권 설정이 된 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분 전부를 담보대출받더라도 한 달 이자만 최소 수십억원이다. 주식담보대출은 보유 주식 평가액의 40~70%를 빌릴 수 있다. 이자만 연 6~10%대라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배당 규모를 늘리거나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비과세 배당으로 담보대출 이자 납부, 질권 설정 해제, 양도세 재원 마련 등을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비과세 배당을 늘리는 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자본총계 가운데 이익준비금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쌓아둔 것으로, 이를 재원으로 한 배당은 과세를 피할 방법이 없다.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이익잉여금 전입)은 개인주주의 경우 한도 없이 비과세가 가능하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합이 자본금 1.5배를 초과할 경우, 초과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일정 수준 감소시킨 후 이를 재원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전략을 뜻한다. 자본준비금은 자본 거래로 쌓인 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것이므로, 이를 재원으로 한 배당은 납입자본의 반환으로 본다. 이 때문에 개인주주의 경우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종합소득세 산정 기준이 되는 배당소득에서도 제외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감액배당을 영리하게 활용해온 곳이 메리츠금융그룹”이라며 “메리츠그룹은 감액배당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대주주 조정호 회장과 개인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영리한 전략을 펴왔다. 최 회장 역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상황이므로, 향후 감액배당 전략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짚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두둑한 자사주 ‘딜레마’
2심 판결이 확정되면 SK그룹 지배구조는 격랑에 휘말린다. SK그룹 지배구조상 최 회장 지분이 흔들리면 전체 지배력 역시 흔들린다. SK그룹 지배구조는 최 회장이 SK㈜ 지분 약 18%를 보유하고 SK㈜가 SK텔레콤(30.6%), SK이노베이션(36.2%), SK스퀘어(30.5%), SKC(40.6%)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친족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율은 약 25%다. 최악의 경우 현금 마련을 위한 SK㈜ 지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우려가 현실화하더라도 경영권 방어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 회장이 1조3808억원 현금 모두를 부담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SK㈜ 주식으로 환산하면 대략 860만여주다. 이는 SK㈜ 전체 지분의 12% 정도다.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7%다. 지분을 팔아 전액 현금으로 마련하면 최 회장 지분율은 5%대로 떨어진다. 특수관계인 등 우호 지분을 모두 더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약 12%다.
SK㈜는 잔뜩 쌓아둔 자사주가 방어막이다. 자사주는 그 자체로는 의결권이 없지만 거래 상대방과 맞교환한 자사주는 의결권을 갖는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1867만9439주다. 발행 주식의 25.5%에 달한다. 두둑한 자사주가 유사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최 회장과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묘수를 찾는 게 난제다. 자본준비금(주식발행초과금) 감액배당은 비과세 배당이므로 최 회장과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SK㈜ 주가 부양도 마찬가지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지분 가치가 높을수록 대출 여력이 커진다. 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 주가 관리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주가 급락 때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마진콜)에 노출돼 최 회장의 그룹 전체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배당 절대금액 자체를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비 투자 노출과 차입 의존도가 큰 그룹 포트폴리오 특성 탓에 지주사로 유입되는 현금흐름이 제한적이다.
문제는 자사주다. SK㈜ 지분 가치 부양을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게 손쉬운 선택지다. 자사주 매입은 그 자체로 유통 주식 수와 자본 감소 효과로 이어지지만 주주 입장에서 더 좋은 건 자사주 소각이다. 자사주 매입은 이미 사둔 자사주를 시장에 다시 매각할 우려를 뜻하는 ‘오버행’ 리스크가 있다. 자사주를 소각해버리면 위험을 덜고 주당 가치는 더 높아진다.
하지만, 작금의 난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자사주를 섣불리 소각하기 쉽지 않다. 자사주를 소각했다 자칫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어서다. SK㈜는 2000년대 ‘소버린 사태’ 때도 국민은행 등 채권은행과 지분을 맞교환해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했다.
행동주의펀드 진영을 중심으로 불편한 시선이 확산하는 점도 SK그룹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익명을 원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 개인 송사에 회사 자원이 동원되고 주요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며 “주주 가치를 위해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에 집중하길 바랐는데, 총수 일가 이혼 소송으로 주주 가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해 이사회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아도 SK㈜는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라는 시장의 날 선 비판에 직면했다. SK그룹은 2022년 3월 주총을 통해 2025년까지 매년 시총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눈높이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6월 4일 “SK㈜ 주식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할인 거래되는 근본적 이유는 총 발행 주식 수의 25%에 달하는 자기주식 때문”이라며 SK㈜가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라며 날을 세웠다. 포럼에 따르면, 과거 3년간 SK㈜ 주가는 약 45% 급락했고, 연평균 18% 하락했다. 약 2% 배당수익률을 감안해도 SK㈜ 주주는 2021년 5월 이후 매년 16% 투자 손실을 입었다.
포럼은 “그동안 이사회에서 자본배치 결정을 내리면서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을 염두에 뒀는지 묻고 싶다”며 “TSR은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등과 함께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한 핵심 경영 지표고 글로벌 스탠더드다. 장기간 SK㈜ 총주주수익률은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공시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SK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증권 발행·공시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사주 보유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 이상인 상장사는 구체적인 자사주 보유 현황·목적·처리 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이사회 승인을 받고, 이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6월 3일 항소심 판결과 관련,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최고협의기구로, 최창원 의장을 비롯 주요 계열사 CEO가 매월 1회 모여 그룹 차원 공동 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다만, 항소심 선고 뒤 SK그룹이 사법부 판단을 정면으로 비난하는 듯한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CEO는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했다” “정부 압력 때문에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일주일 만에 반납한 게 역사적 사실”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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