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깡패…아리팍·원베일리보다 낫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신반포2차는 반포동이나 서초동에 있는 다른 한강변 아파트 단지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토지 모양이다. 아크로리버파크나 래미안원베일리 등은 반듯한 직사각형 형태다. 반면 신반포2차는 가늘고 길게 늘어진, 부정형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됐다. 얼핏 모양만 보면 그리 좋은 토지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신반포2차는 다르다. 가늘고 긴 모양이 한강변을 따라 계속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인근 어떤 단지보다 한강변을 접할 수 있는 동과 호수가 많다. 한강변과 접하는 토지 길이만 놓고 보면 아크로리버파크(약 400m)나 래미안원베일리(약 300m)보다 훨씬 길다(약 680m). 일부 동·호수만 전면 조망이 가능한 아크로리버파크나 래미안원베일리 등과 비교해 신반포2차 입지적 장점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업이 완료되면 신반포2차가 서초구 대장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강변 일대에서 신반포2차와 비슷한 형태의 토지 모양을 갖춘 아파트 단지를 찾으라면 잠원동 아크로리버뷰가 있다. 이 단지 역시 모든 동이 한강변을 따라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 다만 신반포2차(현재 1572가구)는 아크로리버뷰(595가구)와 비교해 단지 규모가 훨씬 크고 입지도 더 나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신반포2차는 부동산 시장에서 언제나 주목받는 단지였다.
최근 신반포2차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큰 관심을 모은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9일 제4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소위원회에서 ‘신반포2차 주택재건축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밝혔다. 신반포2차는 2021년 주택재건축사업 후보지 공모에서 후보지로 선정됐고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비계획안이 마련됐다. 이번 정비계획 결정으로 해당 부지에는 최고 49층 높이, 15개동, 2057가구가 들어선다. 단지 중앙에는 약 30m 규모 통경축(아파트 단지 내 중간중간을 비워 조망권과 개방감을 확보한 공간)을 만들어 단지 중심을 비우는 대신 조망권과 개방감을 확보하기로 했다.
20년 만에 닻 올리는 신반포2차
서초구 내에서 손꼽히는 입지
1978년 준공한 신반포2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후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업 방향성을 두고 주민 간 갈등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2020년에는 추진위 설립 후 조합이 만들어지지 않고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정비사업이 초기화되는 일몰제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고 지난해 3월 주민 동의를 받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여전히 잡음은 많았다. 사업 추진 방식에 있어 주민 간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조합이 추진하는 신통기획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임대 가구 숫자를 줄이고 조합원 평수를 늘릴 수 있도록 사업을 다시 구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조합 측은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정비구역 면적도 기존 8만5331㎡에서 11만6070㎡로 확대됐다고 강조한다. 건축 연면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조합원이 원하는 대형 평형 확보가 보다 쉬워졌다는 것이 조합 측 설명이다.
결국 주민들은 현재 조합이 추진하는 정비사업 방향에 동의했다. 조합은 지난해 6월 정비구역 변경을 위한 ‘2/3 이상의 주민 동의율’을 확보했으며 이번에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안을 조건부로 통과할 수 있었다.
조합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비계획안 고시가 확정되면 기본 계획안을 세워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가능하다”며 “정비계획 결정안이 조건부로 통과한 만큼 이에 맞춰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합 측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해 7월 중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2026년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는 진짜 가능할까
가격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곡선
정비구역 지정은 재건축 사업 첫 번째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조건부로 정비구역 지정이 마무리된 만큼 신반포2차는 2000년대 초 사업을 시작한 후 무려 20년 만에 본격적인 재건축을 진행하게 된 셈이다.
신통기획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한 이후 신반포2차 매매 가격은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반포2차 전용 93㎡는 지난 5월 3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2월에 거래된 가격(29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7000만원 올랐다. 종전 신고가인 31억5000만원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31억~33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호가만 놓고 보면 신고가보다 오히려 더 높은 물건도 상당수 있다.
다른 면적 또한 비슷한 추세다. 신반포2차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면적인 전용 107㎡의 경우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35억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경매 시장에서도 감정가 36억8000만원인 신반포2차 101동 전용 107㎡ 매물에 13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최종 낙찰 가격은 35억7850만원(낙찰가율 97.2%)으로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호가는 대부분 36억~38억원에 형성됐다.
신반포2차에 지금 투자를 고민한다면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신반포2차는 반포동이나 잠원동 일대 아파트 단지 중 유일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이다. 신통기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년 실거주 의무가 있어 잔금 시까지 입주 가능한 사람만이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다. 즉, 흔히 말하는 ‘몸테크’를 감내해야 한다.
잠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단지지만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실거주를 감내하기에는 여러 불편함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재건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참고 살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한강 조망권을 둘러싼 조합원 간 이견은 여전히 불안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신반포2차는 20년 동안 조합원 입장 차이로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특히 한강변에 물건을 갖고 있는 소유자들은 재건축 후에도 한강 조망권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조합원 동·호수 배정 과정에서 얼마든지 조합원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최근 거의 모든 정비사업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공사비 이슈도 생각해볼 문제다. 개포주공5단지의 경우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대우건설만 단독 참여하면서 2차례 유찰됐다. 최근 건설사들은 강남에 위치한 사업장이라고 해도 수지가 맞는 곳이 아니면 쉽사리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신반포2차는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2000가구 이상 대단지며, 한강변 랜드마크 단지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건설사 관심이 상당하다. 이미 현대건설은 일찌감치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공사비를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반포2차는 아크로리버파크나 원베일리 등과 비교해 한강 조망 가능한 동·호수가 많기 때문에 사업 후 단지 평균 매매 시세만 놓고 보면 이들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으며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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