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등 터진 세븐·이마트24
국내 편의점 업계 ‘양강 구도’가 점점 더 확고해지고 있다. CU와 GS25가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점포 수·매출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매년 불거지는 편의점 포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덩치를 계속 키워가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곤란한 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에 ‘빅2’로 쏠림까지 나타나며 사업 확장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부진 탓에 편의점 사업 핵심으로 꼽히는 ‘점포 수 확장’에도 드라이브를 걸 수 없는 형국이다.
매출 역성장 ‘세븐’, 적자 커진 ‘이마트’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위기는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잘 드러난다.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28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3363억원에서 4% 줄었다. 적자폭은 오히려 커졌다. 1분기 영업손실이 지난해 323억원에서 올해 344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 통합 작업으로 비용이 늘어나며 적자폭이 커진 것은 이해가 간다. 의아한 건 매출이 줄었다는 점”이라며 “편의점 본사는 점포가 늘면 자연히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다. 매출이 뒷걸음질했다는 건 심각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4사 중 전년 대비 1분기 매출이 감소한 건 세븐일레븐이 유일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분기는 전통적으로 편의점 업계 비수기다. 올해는 특히 날씨 등 외부 환경도 전년보다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마트24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31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자회사 중 전년 대비 적자폭이 커진 건 이마트24뿐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 증가한 5114억원에 그쳤다. 편의점 중 매출이 가장 큰 GS25(1조9683억원)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편의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점포 수’에서도 두 회사는 지지부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기준, 브랜드별 전년 대비 점포 수 증가를 비교해보면 알기 쉽다. 점포 수 업계 1위 CU는 975개, GS25는 942개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24는 6365개에서 6598개로 233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븐일레븐은 전년 대비 453개 늘었다. ‘미니스톱 인수 효과’를 감안하면 특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4월, 미니스톱 매장 간판을 세븐일레븐으로 바꿔 다는 브랜드 통합 작업을 약 2년에 걸쳐 완료했다. 인수 직전 해인 2021년 말 기준 미니스톱 점포 수는 2568개였다. 하지만 2021년 대비 지난해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2096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적자 탓 출점 한계…모기업 리스크도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치로 보이는 것보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빅2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그들과 점포 수 덩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마트24가 밝힌 올해 점포 수 순증 목표는 100개 남짓에 불과하다. 세븐일레븐 내부에서는 “올해는 점포 수 유지만 해도 선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부진한 점포 매출이 위기 원인 첫손에 꼽힌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점포 면적당 매출 면에서 빅2에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2022년 기준 세븐일레븐 면적당(3.3㎡) 매출은 2555만원, 이마트24는 2231만원이다. 세븐일레븐은 그나마 2021년(2196만원) 대비 점포 수익성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CU(3104만원), GS25(2846만원)와 비교하면 격차가 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상품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다. CU·GS25와 달리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딱 떠오르는 히트 상품이 없다”며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본사 적자도 걸림돌이다. 흑자를 내고 있는 CU·GS25와 달리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우선 과제가 ‘수익 개선’이다 보니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영업 경쟁이 치열한 기존 고매출 점포 계약을 따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편의점 9개를 운영 중인 심규덕 SS컴퍼니 대표는 “우량 점포를 끌어오기 위한 편의점 본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점주 몫으로 챙길 수 있는 총이익 비율을 늘려주거나 오픈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출혈을 감수하는 형태”라며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이런 ‘쩐의 전쟁’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 상황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본부 임차 점포 비중이 높은 세븐일레븐과 달리 후발 주자로 급하게 덩치를 키운 이마트24는 대부분 점주 임차”라며 “브랜드 이탈이 늘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더 큰 구조”라고 설명했다.
모기업 재무 리스크도 여기 한몫한다. 롯데그룹(세븐일레븐)과 신세계그룹(이마트24) 모두 건설 계열사인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이유로 현금 유동성과 재무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냉정히 말해 그룹 입장에서 핵심 계열사가 아니다 보니 지원 여력이 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표를 비롯한 고위 임원급 가맹 사업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한계로 꼽기도 한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그룹 차원에서 인사를 내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지난해 말 대표로 취임한 김홍철 세븐일레븐 대표는 롯데그룹 경영 개선과 관련해 오랜 경력을 쌓았지만 가맹 사업 경험은 없다시피 하다. 지난해 9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 대표로 선임된 한채양 대표 역시 ‘전략통’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경험 부족이라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가맹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최소 2년 정도는 필요하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이제 좀 적응하나’ 싶으면 그룹 인사가 나면서 대표나 임원이 바뀌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2024년은 내실 다지기의 해”
‘세븐-미니’ ‘이마트 통합’ 시너지
여러모로 양 사 경영 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두 업체 모두 올해는 당장 점포 수 늘리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니스톱 통합 작업을 완료한 세븐일레븐은 시너지 창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무작정 점포 확장보다는 고매출 우량 점포·입지 중심의 신규 출점 그리고 리뉴얼 확대로 기존점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효율·고성과’를 키워드로 조직 문화도 재편하기로 했다.
약점으로 꼽혔던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PB 브랜드 ‘세븐셀렉트’를 중심으로 차별화 상품을 늘리고 최근 배우 이장우, 셰프 정호영과 협업으로 반응이 좋은 간편식 카테고리도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세븐일레븐 네트워킹을 활용한 해외 인기 상품 소싱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그간 미니스톱 통합과 함께 내실 위주 체질 개선 작업도 병행해왔다”며 “올해는 브랜드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사업 다방면에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마트24도 이마트와 통합 시너지를 노린다. 이마트 PB인 ‘노브랜드’가 중심에 있다. 이마트24는 올 초부터 500여개 노브랜드 상품을 도입하며 사업성을 테스트해왔다. 올해 4월부터는 노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신규 점포를 대상으로 새로운 가맹 사업 모델도 도입했다. 점주가 기존 월회비를 내는 방식에서, 점주와 본사가 이익을 71 대 29로 배분하는 정률제로 전환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높은 인지도와 충성도를 확보한 노브랜드 상품이 가맹점 경쟁력과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며 “이색 상품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김밥 상품군을 강화해 ‘이마트24=김밥 맛집’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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