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 시조새’…고전하는 ‘이디야’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6.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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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에 눌리고 메가에 치이고…

오랜 기간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1위(점포 수)를 수성해온 ‘이디야커피(이하 이디야)’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첫 역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쪼그라들었다. 점포 수는 메가커피에 역전되기 직전이다.

업계에서는 이디야의 ‘모호한 정체성’을 이유로 꼽는다. 스타벅스로 요약되는 ‘프리미엄 커피’와 메가커피를 비롯한 ‘저가 커피’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평가다. 본사에서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전에 없던 혁신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이디야커피는 대대적인 리브랜딩과 해외 시장 진출로 위기를 타개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디야 첫 해외 가맹점 괌 1호점. (이디야커피 제공)
오픈 줄고 계약 해지 늘고

사상 첫 매출 역성장…1위 내줄 듯

위기는 지난해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실적 공개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역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756억원으로 전년(2778억원) 대비 0.8% 줄어들었다. 감소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매출이 꾸준히 늘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추락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82억원으로 18% 줄었다. 스타벅스·메가커피·컴포즈커피 등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 증가한 경쟁 브랜드와 비교하면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

점포 수도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이디야는 지난해 점포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점포 수 정보를 포함한 정보공개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는 아직 노출을 막고 있다. 다만 근래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점포 수가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쳤거나 아예 순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2년 기준 이디야 전체 점포 수는 3019개다. 전년 3018개에서 한 개 늘었지만 이는 직영점 1개 점포 증가에 따른 결과다. 가맹점이 한 개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규 개점이 줄고 계약 해지가 급증한 결과다. 이디야 신규 개점 수는 2020년 305개에서 2022년 196개까지 줄었다. 반면 계약 해지 점포는 같은 기간 81개에서 196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점주 선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 그사이 메가커피는 최근 3000호점 돌파에 성공하며 이디야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올해 커피 점포 수 1위 타이틀을 메가커피에 내어줄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처럼 됐다.

이디야가 밀리는 이유는

저가·프리미엄 사이 애매한 포지션

업계에서는 이디야 위기 원인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모호한 브랜드 정체성이다. 프리미엄 커피도 저가 커피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게 되면서 브랜드 변별력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다. 불황 속 소비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요즘, 그 한계가 특히 더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이디야는 저가 커피 시조새라고 볼 수 있다. 2001년 이디야가 사업을 시작한 당시만 해도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었다. 스타벅스 등 4000원에 육박하는 커피 브랜드 사이에서 이디야는 2500원 아메리카노를 앞세우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가격에 민감한 학생과 직장인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며 고공비행을 이어나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더 큰 커피를 더 싼 가격에 판매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2010년대 중반 무렵부터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1500원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가 맹렬한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그사이 이디야 아메리카노 가격은 어느덧 3200원이 됐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도 아니다. 커피 품질과 쾌적한 공간을 중요시 여기는 이들은 이디야가 아닌 스타벅스나 고가 원두를 사용하는 스페셜티 전문점을 찾는다. 과거 이디야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 점주는 “실제 이디야가 사용하는 원두 품질이나 공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진 않는다. 그와 별개로 이미 소비자 사이에서는 가격이 애매한 옛날 브랜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이들 중심으로 수요가 있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저가 커피 매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런 장점도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둘째, 프랜차이즈 생애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쇠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생애주기는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로 구분된다. 차별화된 제품·서비스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도입기’, 폭발적으로 점포 수를 늘려가는 ‘성장기’,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춘 이후 안정화되는 ‘성숙기’, 점포 수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쇠퇴기’다. 대부분 브랜드에서는 피해 갈 수 없는 흐름과도 같다. 이디야 역사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이디야 성숙기와 저가 커피 브랜드 성장기가 맞물리면서 점주와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셋째, 점주 지원 정책 노력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디야는 지난해 총 194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가맹점 지원 정책을 펼쳤다. 원두 가격을 8% 내렸고 우윳값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본사가 흡수하는 데 도합 50억원을 썼다. 여기에 가맹점 원두 무상 지원(약 24억원)과 앱 할인 쿠폰 등 판매촉진비(약 120억원) 비용도 컸다. 좋게 보면 ‘상생 노력’이지만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자를 못한 꼴이 됐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 손흥민, BTS 멤버 뷔를 앞세워 공세를 이어가는 저가 커피와 마케팅 대결에서 완전히 밀렸다. 이디야 관계자는 “올해도 물류비 신용카드 결제 확대를 비롯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점주 상생 지원책을 추가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업계 점주 상생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2024년 반등 꾀하는 이디야

리브랜딩·강도 높은 체질 개선

누구보다 이디야 내부에서 현 위기를 가장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이디야는 올해 창사 최초 전면 리브랜딩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매장 내외부 인테리어는 물론 핵심 메뉴와 가격 등 브랜드 전반을 싹 다 뜯어고친다는 입장이다. 오죽하면 사명 변경까지 고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필사적인 모습이다. 이디야 관계자는 “20년 이디야 전통에 기반해 편안함과 최신 트렌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리브랜딩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식품 개발도 병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디야 리브랜딩과 관련해 오너 2세 역할론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창기 회장 장남으로 최근 등기이사로 선임된 ‘문승환 본부장’이 주인공이다. 지난 2019년 이디야에 입사한 문 본부장은 이후 BCG, AT커니, 딜로이트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에서 경험을 쌓고 지난해 말 이디야로 돌아왔다. 현재는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전략과 해외 사업 부문을 총괄 중이다. 새로운 감각과 혁신이 절실한 만큼 1993년생인 문 본부장이 리브랜딩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디야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문 본부장 역량에 거는 기대가 적잖다. 과거 이디야 근무와 전략 컨설팅 업계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이 강점”이라며 “가맹점 수익 개선과 신사업 발굴, 글로벌 사업 확장 등 이디야 경영 쇄신에 새로운 활력을 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내수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 사업도 가속화한다. 지난해 12월 괌에 문을 연 해외 첫 가맹점이 오픈 첫날 1000명 넘는 방문객을 기록하는 등 반응이 나쁘지 않다. 연내 괌 2호점을 오픈하고 동남아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추가 진출도 준비 중이다. 스틱커피, RTD 음료 등 제품 수출이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디야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0% 늘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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