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반체제 조직 등장…김일성 비석에 먹물 뿌렸다"

김지혜 2024. 6.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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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김일성 표식비로 보이는 비석에 먹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 '새조선' 유튜브 캡처


북한 정권에 저항하는 반체제 활동 조직이 북한 내부에서 새롭게 등장했다. 해외에 기반을 두고 북한 내 반독재 세력과 연대하는 이 단체는 김일성 표식비를 먹물로 훼손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현 북한 정권을 종식시키고 개혁 개방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활동하는 단체 '새조선'은 최근 유튜브에 '평양에서 보내온 영상'이라는 1분여 길이의 콘텐트를 올렸다.

영상은 '허황된 수령 신격화를 나라 곳곳에 심어놓아 묘 비석보다 많아진 김가 흔적들을 이제부터 우리가 파괴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한 남성이 김일성 표식비로 추정되는 비석에 먹물을 사정없이 뿌리는 장면과 함께 '새조선의 대청소는 시작됐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영상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RFA는 전했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새조선 성명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김가 세습의 고리를 끊고 인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상적인 나라로 조선이 홀로 서는 것"이라며 "응천순인의 부름으로 진정한 정부를 결성한 우리는 김가 세습의 명을 끊기 위해 기꺼이 한목숨을 바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체는 활동 목적이 단순히 대한민국에 귀속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단체는 "우리가 독재와의 목숨 건 전쟁을 선언한 건 조선인민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서지, 대한민국 귀속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통일은 균형적 만남과 평등의 약속"이라고 했다.

단체는 2014년 북한에서 식량난에 식인을 목적으로 살해를 저지르는 일도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새조선은 홈페이지에서 "2014년에 작성된 문건이라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식량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 북한 땅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이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핵과 미사일에 퍼부은 돈을 인민들을 위해 썼다면 가족의 인육을 먹는 참혹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전문가들은 이 단체가 실제 북한에서 활동 중이라면 김정은 정권은 물론 체제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RFA에 "오물 풍선 등 북한이 외부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모든 활동은 김정은이 내부 위협을 포착한 결과일 수 있다"며 "김정은은 한국군와 미군보다 북한 내 주민들을 더 두려워한다"고 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 단체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편집증적이기 때문에 이 단체가 얼마나 큰지, 그들이 실제로 북한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교류하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정원은 최근 "이 조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정확한 주체와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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