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택시기사 2명 폭행한 男 "美 우범지대인 줄" 황당 진술
자신이 외국인 폭력배에게 쫓기고 있다고 착각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차를 빼앗아 달아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19일 미국 시민권자인 30대 A씨는 국내에 있는 어머니가 병환으로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일시 귀국했다. 비극은 인천공항에 내린 뒤 서울에서 KTX를 탄 A씨가 잠드는 바람에 어머니가 있는 울산이 아닌 부산역에서 내리면서 시작됐다.
하는 수 없이 그날 부산역 인근에 숙소를 잡은 A씨는 다음날 새벽까지 역 인근의 텍사스거리에서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마셨다. 주점에서 나온 A씨는 도로에 있던 택시에 타려 했다.
그는 '운행 시간이 아니다'라는 택시기사 말에 기사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안면부 골절 등 전치 60일 이상의 중상을 입혔다. 또 택시 기사가 뒷좌석에 올라타 차 키를 뽑을 때까지 363m가량 택시를 운전하고 달아났다.
이후에도 범행은 계속됐다. A씨는 운행 중이던 다른 택시를 가로막고 택시 기사를 강제로 내리게 해 머리를 마구 때려 기절시킨 뒤 택시를 운전해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출 때까지 614m가량 운전했다.
택시에서 내린 뒤에는 담을 넘어 철길에 무단으로 들어온 뒤 부산진역 철도물류센터 인근에 있던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
결국 A씨는 강도상해와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만취 상태에서 외국인 조폭과 시비가 붙어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택시를 발견했는데 승차가 거부돼 범행을 저질렀다"며 "과거 미국 우범지대에서 강도를 당한 경험이 있는데 술을 마신 지역과 너무 똑같아 무조건 탈출해야겠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 장기석)는 12일 "만취 상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해 중상을 입히고 택시를 불법 사용해 비난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만취한 피고인이 외국인 폭력배에게 쫓기고 있다는 망상에 빠졌기 때문이지 택시를 고의로 탈취하려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강도상해가 아닌 상해와 형법상 자동차 불법 사용 혐의를 적용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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