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쓰면 문 열리나"…中 유명 관광지 女화장실 '타이머' 논란

한영혜 2024. 6. 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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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명 관광지 내 여자 화장실 내부 모습. 사진 웨이보 캡처

중국 유명 관광지 내 여자화장실에 칸마다 사용 시간을 보여주는 타이머가 설치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중국 3대 석굴로 유명한 산시(山西)성 다퉁(大同)에 있는 윈강석굴(雲岡石窟)의 여자화장실이 석굴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의 여러 매체와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석굴 여자화장실 칸마다 발광다이오드(LED)로 된 타이머(초시계)가 설치돼 있다.

해당 칸이 사용 중이 아니면 초록색으로 ‘무인’(無人)이라고 표시되고 사람이 들어가면 빨간색으로 바뀌어 언제 들어갔는지를 분초(00:00) 단위로 표시한다. 이곳에 타이머가 설치된 것은 지난 5월 1일부터였다고 한다.

이 영상은 한 여성 관광객이 관광지 매표소 주변 화장실에서 촬영해 지역 신문에 제보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이 관광지 한 직원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타이머를 설치했다”며 “매표소 주변뿐만 아니라 원강석굴 관광지 내부에도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직원은 “화장실을 오래 쓴다고 해서 중간에 쫓아내지 않는다”며 “타이머가 있다고 해서 5분, 10분 단위 등 시간제한을 두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손님들이 화장실을 너무 오래 쓰는 것을 방지하고 화장실 안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안전 조치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의 해명에도 중국 인터넷상에서는 논쟁이 불거졌다. 한 관광객은 “무작정 줄을 서거나 화장실 문을 노크할 필요가 없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마치 감시당하는 기분이어서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은 “혹시모를 사고도 방지하고 휴대전화를 보는 등 화장실을 너무 오래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긍정 의견도 있었지만, “정말 필요한 조치인지 의문” “황당한 발상이다”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서 불쾌하다” “화장실을 더 지으면 되지 왜 이런 조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 부정적 반응이 더 많았다. 일부는 “제한된 사용시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중국 관광명소 윈강석굴 내 여자 화장실 칸마다 타이머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 웨이보 캡처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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