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⑬ "내가 은퇴하면 네가 10번이야" 모드리치 후계자 된 前 김민재 동료 : 튀르키예 귈러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아르다 귈러는 올해 4월 레알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를 3-2로 꺾고 스페인 라리가 우승에 가까워지자 팀 동료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바비큐와 케밥을 대접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유명한 케밥 레스토랑인 '피코(Fiko)'의 셰프들이 요리를 만들어줬으며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브라힘 디아스 등 레알 동료들은 그 맛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올 시즌 처음 팀에 입단한 선수치고는 동료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했다. 여기에는 적응을 도와준 고마움과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미안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테다. 2005년생 귈러는 지난여름 레알에 입단했다. 레알은 바르셀로나보다 후발주자였으나 2,000만 유로(약 296억 원)를 일시불로 지급해 귈러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잠재력이 뛰어났다. 귈러는 2021-2022시즌 만 16세로 페네르바흐체 1군에 데뷔했고, 데뷔한 지 3일 지나 치른 리그 경기에서 첫 도움을 기록했다. 2022년 3월에는 데뷔골을 넣어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최연소 득점자까지 됐다. 당시 김민재와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에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귈러의 이름은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다.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김민재와 귈러가 만나 경기 전 포옹하는 장면이 한국에서 소소한 화제를 낳았다.
2022-2023시즌 페네르바흐체에서 인연을 쌓은 조진호와는 절친한 사이다. 조진호는 귈러가 2022-2023시즌 어린 나이에도 주전으로 자리잡는 걸 보며 자신이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1군 데뷔에 더욱 열을 올렸다고 소회했다. 귈러는 레알 이적 이후에도 같은 이유로 조진호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귈러는 올 시즌 레알에서 악몽같은 전반기를 보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입단 이후 계속된 부상이다. 귈러는 프리시즌 반월판 부상을 당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대퇴사두근 파열로 결장했다.
그래도 후반기에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해 1월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에 데뷔한 뒤 스페인 라리가 10경기에 나섰고, 시간이 지날수록 팀에 녹아들며 공격 재능을 펼쳐나갔다. 3월 셀타 비고와 리그 경기에서 후반 막판 교체로 들어갔음에도 데뷔골을 터뜨렸고, 이후 레알소시에다드, 그라나다, 알라베스, 비야레알(2골) 등에 득점포를 퍼부으며 공격적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레알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보다는 오른쪽 윙어로 주로 나왔기 때문에 다음 시즌 킬리안 음바페가 영입된 이후 어디에 배치될지는 기다려봐야 안다.
튀르키예 국가대표팀으로는 아직까지 특별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2023년 6월 UEFA 유로 2024 예선에서 웨일스를 상대로 1골을 뽑아내며 튀르키예가 3개 대회 연속으로 본선 진출을 할 수 있게 도왔을 뿐, 이후에는 부상 등으로 한동안 A매치에 출장하지 못했다. 올해 다시 대표팀에 돌아왔지만, 튀르키예가 오스트리아에 1-6 대패를 당하는 등 5경기 무승 부진에 빠지는 걸 막지 못했다.
귈러는 90분을 모두 소화할 체력을 갖추며 조국 튀르키예가 오랜만에 유로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하는 그림을 그리려 한다. 유로 2024에서 잠재력이 얼마나 폭발할지가 관건이다. 튀르키예는 F조에서 포르투갈, 체코, 조지아와 맞붙는다. 포르투갈이 조 1위를 차지할 거라 예상되는 가운데 튀르키예는 체코와 16강에 자동으로 진출할 수 있는 2위를 두고 경쟁한다. 최약체 조지아에 대승을 거둔다면 3위를 하더라도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낮지 않지만, 그래도 체코까지 제압하는 게 유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보인다.
귈러는 레알의 살아있는 전설 루카 모드리치가 인정한 재능이다. 귈러의 아버지는 레알 입단 후 한 인터뷰에서 모드리치가 귈러를 두고 "내가 1년 뒤에 은퇴하면 너에게 10번을 줄게"라고 말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모드리치는 현재도 은퇴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레알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 중 한 명이 귈러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올 시즌 정말 은퇴한 토니 크로스 역시 귈러에 대한 칭찬을 여러 차례 했다.
귈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미드필더다. 모드리치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모드리치를 정말 많이 존경한다"며 모드리치를 뒤이을 선수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레알에서는 공격적인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가운데, 이번 유로 대회가 새로운 모드리치의 탄생을 알리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 튀르키예는 등번호 8번을 귈러에게 부여하며 높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아르다 귈러
나이 : 19세
소속팀 : 레알마드리드
A매치 기록 : 7경기 1골
주요 경력 : 스페인 라리가(2023-2024), UEFA 챔피언스리그(2023-2024)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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