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가장 안전한 지질' 전북서 지진…모르는 단층 움직였나

정은혜, 김한솔 2024. 6. 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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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 부안지역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12일 전북자치도 부안군 계화면 한 주택가 골목에 기왓장이 떨어져 깨져있다. 뉴스1


12일 오전 8시26분 전라북도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진원 깊이 8㎞)이 발생했다. 전북 지역 주민들은 진도 5 수준의 진동을 느꼈다. 규모는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측정해 나타낸 지진의 크기를, 진도는 지진파로 인해 특정 지점이 흔들리는 정도를 말한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창문이 깨지는 수준이다. 본진에 이어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까지 17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최소 일주일 가량은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올해 최대 규모이자, 1978년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 내륙(남한)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여섯 번째로 큰 지진이다. 가장 큰 지진은 규모 5.8의 2016년 경주 지진이었다. 전북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관측 이래 처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 발생지 반경 50㎞ 이내에선 46년동안 40회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75%는 규모 2 이상 3미만(30회)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북동-남서 또는 남동-북서 방향으로 이어진 단층이 수평하게 이동하며 발생한 ‘주향이동단층’ 운동 탓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다. 지진은 땅 속 갈라진 면인 단층이 압력을 받아 마찰을 일으키며 발생하는데, 이번엔 단층이 위아래로 이동하지 않고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마찰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문제는 전북 지역의 단층 정보가 부족해 어떤 단층이 지진을 일으켰는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 발생지를 지나는 ‘함열단층’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함열단층은 부여 분지 남동쪽 경계를 이루는 단층으로, 충남 부여군에서 전북 부안군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영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상황대응팀장은 “지진 발생지와 단층 위치가 겹친다는 점에서 유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전북서도 큰 지진, 안전 지대는 없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내에 최대 규모 7의 지진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간 호남지역은 지진 안전지대로 불린 한반도 내에서도 가장 안정된 지질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 단층 조사가 활발하지 않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 발생지 인근에서 관측된 지진동(지반의 흔들림)이 0.15g(중력가속도의 15% 수준)정도 되는데, 원자력발전소 내진 설계 기준이 0.3g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진동”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지진 담당 주무관이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4.8 규모의 지진 관련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지진 연구는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일으킨 이후 정부의 단층 조사가 겨우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사업에 따라 현재 영남권을 대상으로 하는 1단계 조사는 마쳤고, 수도권·충청권을 대상으로 하는 2단계 조사가 진행 중이다. 3단계(호남권)와 4단계(강원권)까지 완료되는 시점은 2036년으로 예정돼 있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과학과 교수는 “규모 4.8 정도 지진은 우리나라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고, 특히 단층이 있는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큰 지진이 날 수 있다”며 “지질 연구와 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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