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BM·GAA' 기술, 中 못가게 막는다…삼성·SK하이닉스는?

이희권 2024. 6. 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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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인공지능(AI) 기술 차단을 강화한다. GAA(게이트올어라운드)·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칩 제조 시 필수적인 기술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이 같은 제재를 더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AI 기술 통곡의 벽’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한다.


美, 中 AI 칩 “싹 자르겠다”


박경민 기자
GAA는 전력 소비를 크게 줄여 AI 칩의 성능을 끌어 올리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고, 대만 TSMC과 미국 인텔이 차세대 공정에서 해당 기술을 적용해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반도체를 작게 만들수록 전력 효율과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GAA는 미래 AI 칩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이를 상업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는 삼성전자·TSMC·인텔 3사뿐이다. 일본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공정에서부터 GAA 기술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반도체에 붙는 첨단 메모리인 HBM 역시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만 생산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은


2022년 7월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관계자들이 웨이퍼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이 GAA 기술과 HBM 없이 AI 반도체를 자급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AI 반도체 자립의 싹을 완전히 자르겠다고 나섰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규제가 중국의 자체적 GAA·HBM 개발 능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출지, 더 나아가 미국·한국 등 선두 업체들이 중국 회사에 관련 제품을 파는 것까지 차단할지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단순히 중국의 기술개발 능력을 꺾는 것을 넘어, 관련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까지 금지할 경우 우리 기업에 미칠 파장이 불가피하다. 앞서 일부 중국 고객사가 삼성전자의 GAA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부분의 주요 고객사가 TSMC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상황에서 대중 판매 제재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은 잠재 시장 중 하나를 잃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 시장 선두인 SK하이닉스 역시 당장은 미국 엔비디아 등이 HBM을 ‘입도선매’하고 있어 상무부 추가 조치시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中, ‘반도체 굴기’ 내세우지만 뒤에선 고민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 셔터스톡
미국의 제재에도 올해 5나노 공정에까지 돌입한 중국도 고민이 크다. 지난 2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가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칩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상하이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보도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다. 화웨이는 올해 SMIC와 자체 설계 AI 칩 ‘어센드 920’의 5나노 공정 생산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가 TSMC의 4나노 공정에서 생산 중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상당 부분 따라잡았다.

HBM의 경우, 중국 정부 주도의 컨소시엄이 2026년 2세대 HBM2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올해 5세대 HBM3E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최소 8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벌어져 있다. 중국이 AI 서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한국의 HBM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잇따른 반도체 기술 자립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제재 속에서 더 이상 첨단 반도체 개발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핑안 화웨이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한 행사에서 “(대중국 제재로) 첨단 제조 장비를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3나노·5나노 공정은 쉽지 않다”며 “7나노 공정 양산만 제대로 해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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