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韓 AI 반도체 투톱 ‘빅딜’...리벨리온·사피온 합병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 상위 3개 업체 중 두 곳의 ‘빅딜’이 추진된다. SK텔레콤의 AI반도체 계열사 사피온 한국 법인과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합병을 추진하기로 한 것.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국내 기업들의 승부수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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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SK텔레콤은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12일 발표했다. 통합 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주도하기로 했다.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사피온 미국법인은 이번 합병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향후 역할에 대한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아직 합병 추진 초기 단계라 합병 법인의 명칭과 대표이사, 지분 비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어떤 회사
두 회사는 모두 AI연산에 특화된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회사다. NPU는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유망주로 평가 받는다. NPU는 GPU와 마찬가지로 AI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지만, 일부 영역에 특화돼 효율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피온은 2016년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한 회사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220’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모델보다 4배 이상 연산 성능이 향상된 ‘X330’을 공개했다.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될 차기 모델 ‘X430’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피온은 지난해 8월 600억원 이상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5000억원 이상이다.
리벨리온은 KAIST 졸업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박성현 대표가 2020년 창업한 회사다. 창업 초기 초단타매매 등 금융 거래에 특화된 AI 반도체 ‘아이온’을 출시해 주목받았고, 이후 NPU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리벨리온이 개발한 ‘아톰(ATOM)’은 지난해 국내 NPU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리벨(REBEL)’을 개발 중이며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올해 1월 165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8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게 왜 중요해
생성AI가 확산하면서 AI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153억달러(20조4300억원)에서 올해 428억달러(57조16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에는 1194억달러(155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 시장 최강자는 단연 미국 엔비디아다. 엔비디아가 만드는 GPU는 1대당 5000만~6000만원을 호가하며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텔과 AMD 등 후발 주자들도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GPU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NPU 시장을 노리고 있다. 다만 빅테크와 해외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엔 몸집이 작은 편. 미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삼바노바와 세레브라스만해도 기업가치가 각각 50억 달러(6조9000억원), 41억 달러(5조600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두 회사는 몸집 키우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에 대해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내 AI 반도체 기업 간 대승적 통합을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전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두 회사는 향후 기업 실사와 주주동의 등의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3분기 중에 합병 본 계약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 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합병 이후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로 합병 법인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사피온의 주주사인 SK스퀘어, SK하이닉스도 힘을 보탤 방침이다.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인 KT도 세계적 수준의 AI 반도체 기업 탄생에 함께 뜻을 모았다.
다만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에 투자한 주주들이 많아 주주 간 지분 비율을 정리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 업계에선 리벨리온이 기존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협력해온 상황에서 합병 법인이 SK하이닉스의 지원을 받게 되면 협력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가 많은 두 회사가 화학적 결합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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