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임명장 대신 과방위 잡은 최민희…“방송 3법 통과” 속도전 예고

정용환 2024. 6.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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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신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2대 국회 거야(巨野) 속도전의 선봉으로 나섰다.

최 위원장은 12일 김어준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이 많이 진행됐다. 그걸 중단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빨리 발의해서 통과시키는 것이 우선이고,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던 방송 3법에 자신이 발의한 방통위법을 얹어 ‘3+1’ 법안 강행 처리를 시사한 것이다.

지난 5일 ‘방통위구출법’이라며 발의한 방통위법에는 방통위원 5인 중 국회 추천 몫 3인에 대해선 대통령이 이를 추천받는 즉시 임명하도록 강제하고, 방통위원 5인 구성이 완료된 경우에만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위원장이 방통위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배경에는 그의 경험이 담겨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야당 몫 방통위원 후보자로 추천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계속 미루자 그해 11월 자진 사퇴했다. 그사이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몫인 이상민 방통위원과 김홍일 방통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됐다. 이런 연유로 그가 과방위원장이 되자 민주당에서도 “복수혈전이 시작될 것”(보좌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과방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은 자신이 법의 미비와 이를 악용한 대통령에 의해 피해를 경험했던 당사자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과방위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1차로 차지한 11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유일한 재선 의원인 최 위원장은 스스로 자신의 전투력을 언급한다. 본인이 과방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 “제 입으로 자랑하는 건데,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투력과 당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했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그는 지난 11일 오후엔 국민의힘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 1시간 30분 전 페이스북에 “오늘 오후 4시 22대 국회 과방위 1차 회의를 연다”고 알린 뒤 파란색 상의를 입고 위원장석에 앉아 의사봉을 두드렸다. 안건은 간사 선임의 건이었다. 국민의힘 간사는 공석으로 둔 채, 민주당 간사로 김현 위원을 선출했다. 이날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는 22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상임위 회의였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선명성과 전투력을 자랑하는 최 위원장의 밀어붙이기식 상임위 운영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송 3법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의 정치적 편향성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 위원장이 방통위원에 추천됐을 땐 MBC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상당히 문제가 크다. 그는 그냥 정파적 정치인이었다”며 “방통위는 정파를 초월해 독립적 역할을 할 위원들이 필요한데 최 전 의원이 그런 역할에 적합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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